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 사는 고향숙씨(64)는 지난 27일 미국 여행길에 오르면서 출발 전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에서 며느리에게 줄 카르티에 지갑과 샤넬 화장품을 미리 샀다.

마침 봄세일 기간인 데다 2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뉴욕공항 면세점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여행객들로 붐비던 면세점 매장엔 출국에 앞서 물건을 사려는 내국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달러및 엔화대비 원화가 연일 강세인데다 국내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구매한도액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들은 이에 맞춰 내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으로 매장 구성을 손질하고 다양한 할인행사를 마련하는 등 내국인 고객 잡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원화강세로 지갑 여는 내국인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경우 올 1분기동안 내국인 고객이 5% 늘었지만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다.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이 주로 찾는 롯데백화점내 롯데면세점이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내에 면세점이 있어 외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신라호텔 면세점도 원화 강세로 고전이 예상됐으나 내국인 비중이 50%대로 늘어나면서 실적이 작년보다 좋아졌다.

신라호텔 면세점은 작년 매출이 직전년도보다 3.3% 증가한 2530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도 630억원의 매출을 기록,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애경그룹 면세점AK 인천공항점의 내국인 비율은 작년 10월 49%에서 올들어 60%대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동안 매출도 10%이상 증가했다.

작년말 문을 연 김포공항점의 내국인 비중은 53%를 기록하고 있다.

AK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내국인 구매한도액이 2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높아져 루이비통 가방 등 명품브랜드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내 면세점인 SKM도 올 1분기 내국인이 671만달러어치를 구매해 작년 같은 기간(592만달러)보다 13.2% 늘었다.

제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제주공항내 내국인면세점의 1분기 총 매출액은 399억원을 기록,작년 같은 기간 326억원보다 22.4% 증가했다.

이용고객의 1인당 구매액도 9만2840원으로 전년 8만6000원보다 6840원 늘었다.

◆‘내국인을 모셔라’

국내 면세점들은 매장 구성을 대폭 손질하고 다양한 판촉 행사를 마련하는 등 내국인 잡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신라호텔 면세점은 최근 매장 구성을 대폭 손질,원화 강세로 외국인의 씀씀이가 줄어드는 반면 내국인 쇼핑이 늘어나고 있는데 맞춰 내국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인 시슬리를 비롯해 바비 브라운 등을 이미 입점시켰고,미국의 기능성 화장품인 젠슨 베켓 등 2개 브랜드의 인터넷 면세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개점 20주년을 기념해 29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청첩장을 가지고 온 예비 신혼부부에게 행사가격에서 5%를 더 할인해주는 웨딩 이벤트를 벌인다.

롯데면세점은 VIP카드 회원제를 운영,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2년간 400달러어치 이상을 구매한 내국인은 실버회원,4000달러이상 구매 내국인은 골드회원으로 각각 분류해 면세점 이용시 5~15%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세일기간동안 30%미만 할인 품목에 대해서는 5%를 추가로 깎아준다.

또 롯데호텔 전국 지점의 객실요금은 10~30%,일본 다이와 로열호텔은 30% 할인받을 수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