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특별담화문을 통해 매우 강경한 어조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고 그간의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정면 대응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한·일 간 대치의 파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양국 간 긴장 국면은 조기에 원만히 해결되기가 어려운 구조여서 국제 무대에서도 양국 관계는 각박해지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협력,문화교류 등 일상적인 것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정치·외교 관계외 다른 분야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노 대통령도 담화문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은 타협이나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어떤 경제적인 이해 관계도,문화적인 교류도 이 벽을 녹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이번 해양 측량 시도를 계기로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할 것이 예상돼 한·일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독도 문제에서만큼은 국민들과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고,일본 역시 근래들어 보수화 경향이 강해 마찰 국면을 완화시킬 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소강상태에 빠져있긴 하지만 기존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발판으로 한 경제통상 협력강화,단기비자 전면 면제,한류(韓流) 진출 등으로 나타나는 문화교류 확대에도 일정 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한·일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초강경 입장을 공식 발표한 것은 독도 문제가 섬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본의 기본적인 역사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고 그런 역사에 바탕한 권리를 내세우는 한 한·일 간의 건전한 우호 관계는 기대할 수 없고 동아시아의 지역 평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 차례 반복된 말로만의 사과는 물론 지역 평화를 외치는 일본의 구호 자체를 믿을 수 없어 기본적인 신뢰에 금이 갔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주말 한·일 외무차관의 서울 회담 전부터 노대통령 진두지휘로 담화문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 주권에 대한 가장 명확한 정부 입장을 국내외에 선언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차관들이 서울서 머리를 맞댐에 따라 시점만 조금 뒤로 연기됐다.

이번 특별담화는 '독도에 대한 주권 선언'이자 독도 및 역사 인식에 관한 '대일(對日) 독트린' 성격이 강하다. 내용도 강한 표현만큼이나 명확하다. 노 대통령은 독도 문제 등과 관련,△물리적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단호하게 대응하며 △세계 여론에 일본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고발하고 △일본이 시정할 때까지 국가적 역량과 외교적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구체적 대응방침도 밝혔다. 이 선상에서 향후 정부의 공세적인 대응 방안이 주목되지만 일본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는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