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일 간 배타적경제수역(EEZ)협상이 6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를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심 집결용으로 폄훼하며 5·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협상을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25일 야치 쇼타로 외무차관을 관저로 불러 EEZ 협상에 대해 "급할 것 없다"며 "지방선거 전에 시작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내에는 "한국이 5월 말 지방선거를 의식해 대일 강경 발언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 22일 외교차관 협상에서 EEZ 협상을 '5월에라도'시작하기로 합의했다.

6년 만에 재개되는 EEZ 협상은 사실상 독도 영유권 협상이라는 점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될 전망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치밀하게 준비해 독도가 반드시 우리 측 EEZ에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며 독도와 울릉도 중간 수역에 EEZ 경계선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은 2000년까지 네 차례의 EEZ 협상에서 서로 독도를 자국 수역에 포함시키겠다고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1999년 발효된 신한·일어업협상에서 울릉도와 오키섬 중간을 경계로 하는 절충안을 수용했으나 이번 EEZ 협상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한 관계라는 대전제를 고려해 냉정하게 대응하고 싶다"며 "흥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정상회담을 하는 게 좋다"며 "(언제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