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한라건설에 뜻깊은 한해였다. 관계사의 지원이 아닌 자체 영업력 만으로 '수주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를 보였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주택분양률을 나타냈다. 이는 한라건설이 완전히 턴어라운드해 내실 있는 중견 건설사로 도약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이 회사는 1999년 기업 부실로 주가가 급락한 뒤 5년이 넘도록 2000~3000원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뛰기 시작한 주가는 순식간에 7000원 선을 돌파했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한라건설은 2005년 들어 더욱 눈부신 상승세를 연출했다. 연말까지 쉼없이 오른 주가는 3만4700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2년여간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큰 폭의 수주 증가다. 한라건설은 도급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작년 순이익이 432억원으로 전년 대비 73.64% 급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491억원과 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37%,71.93% 증가했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한화증권은 최근 한라건설에 대해 "올 들어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손절매,자회사인 만도 인수합병(M&A) 지연 등으로 조정을 보였다"며 "하지만 불안요인은 최근 하락으로 거의 해소됐고 만도 M&A도 당분간 결론나기 힘들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악재로서 가치가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 전현식 연구원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주택 분양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고 수준인 97%의 주택분양률을 나타냈다"며 "보유현금도 2200억원에 달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