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주 1위에 등극했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우선주를 포함해 113조9천661억원(미화 1천201억달러. 21일 환율 기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현지시간) 우선주가 없는 인텔의 시가총액은 1천121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80억달러(7조5천840억원) 모자란다.

◇삼성전자, 반도체株 세계 1위 =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대만반도체(535억달러)와 도시바(197억달러), 하이닉스(161억달러), 인피니온(86억달러) 등 다른 반도체주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뉴욕증시 상장사들과 비교해보면 구글(1천233억달러)에 이어 32위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일 때 시가총액이 7~8배 컸던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2002년 이후 연간 6조~10조원의 이익을 꾸준히 창출했기 때문이다.

반면 인텔은 독점 품목인 CPU(중앙처리장치)에 안주하다가 이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경쟁업체인 AMD에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인텔의 주가는 2000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시가총액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으며 최근 6개월 동안은 실적악화 우려가 더욱 짙어지면서 28.8%나 떨어졌다.

◇환율 하락도 `일조'= 최근 원.달러 환율이 95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도 삼성전자가 2000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인텔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게 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사상최고가(74만원)를 기록한 것은 1월31일로 시가총액은 121조9천240억원(우선주 포함)이었다.

하지만 당시 원.달러 환율(965원)을 적용한 달러화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천263억달러로 인텔의 시가총액 1천267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인텔의 시장가치를 본격적으로 넘어선 것은 주가가 66만원대를 회복하고 환율이 950원선 밑으로 내려간 이달 19일부터다.

당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천162억달러로 인텔(1천150억달러)과 12억달러 정도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반도체株 1위 굳힌다" =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경영실적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한 인텔을 앞서며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 기업임을 입증했다.

인텔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원화 기준 1조3천억원대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는 1조6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삼성전자는 7조~8조원대인데 비해 인텔은 6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향후 주가 전망도 삼성전자가 인텔을 앞서고 있어 두 회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주가가 빠져 시가총액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주사업인 CPU 시장의 침체로 이익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가 전망이 어둡다"고 전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가전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데다 실적도 올해 2.4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