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눈부신 해변과 높이 푸르른 하늘, 눈을 돌리면 빽빽한 열대의 정글…. 발리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 불러도 손색 없다.

상상 속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는 자바섬 동쪽의 섬 발리는 '신들의 섬'이기도 하다.

산스크리트어로 '제물'이란 뜻의 이름에서 수많은 힌두교 신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슬람 교도가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이지만 발리만큼은 주민 90%가 힌두교를 믿는다.

개인 사원만 2만개가 넘는다.

발리, 그 신들의 무대로 떠난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은 섬, 발리의 햇살이 눈부시다.

방금 스콜이 지나가서인지 공기가 상큼하다.

열대 꽃으로 장식한 환영 목걸이의 향과 원주민들의 환영 댄스에 흥이 돋는다.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해변의 모래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해변에는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진 최고급 리조트와 단독 풀빌라들이 즐비하다.

가슴 확 트이는 넓은 누사두아 해변에서 바라보는 남태평양의 넘실거리는 바다는 낭만과 열정이 넘친다.

누사두아는 젊은이들이 붐비는 쿠타 해변처럼 열광적이지는 않다.

조용하면서도 격조 높은 해변으로 손꼽힌다.

하얀 모래 사장에서의 산책과 윈드 서핑,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쿠타 해변에서 바라보는 인도양의 저녁놀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푸르던 바다와 하늘이 한순간에 붉게 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한몸이 된다.

바다의 신을 모시는 울루와트 사원은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85m 위에 세워져 있다.

사원에 들어갈 때는 반바지 위에 긴 치마처럼 생긴 '사롱'을 입어야 한다.

울루와트 사원에 올라서면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원 곳곳에 자생하는 원숭이는 깡패에 가깝다.

방심한 관광객의 모자,가방,선글라스를 강탈하고는 자신이 먹을 것과 물물 교환하자고 요구한다.

원주민이 원숭이와 관광객 중간에서 1달러를 받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

원숭이들은 먹이를 조금이라도 늦게 주면 빼앗은 안경을 부숴 버리거나 바다로 던져 버리는 것 같은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킨타마니 고지대로 가 보자.발리는 3모작을 해 추수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바로 옆자리에서 모내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중에 들르게 되는 우붓은 발리 예술의 중심지.사원 박물관 미술관 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발리의 전통 무용과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

거리는 동·서양의 배낭족과 신혼 부부들로 활기에 넘친다.

우붓의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있다.

우붓 외곽의 아융강 래프팅은 체험관광 명소로 각광받는다.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절경의 계곡은 고무 보트를 타고 몸을 맡긴 관광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빨리빨리' '앞으로' 등 한국어로 래프팅 노를 저으라고 주문하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현지 가이드가 재미를 더해 준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킨타마니 화산지대에 오르면 활화산인 바투르 산과 발리인들의 신이 지켜 준다는 바투르 호수가 한눈에 보인다.

옆으로는 성지인 해발 3142m의 활화산 아궁산과 아방산도 보인다.

리조트에서의 '만다라스파'는 여행 중 피로를 깔끔하게 씻어 준다.

전통 마사지를 받으며 왕족이 된 듯한 호사를 부릴 수 있다.

한 상 가득한 씨푸드는 입맛을 살려 준다.

해변 노천카페의 테이블은 촛불을 밝힌 분위기가 그만이다.

석양을 바라보면서 각종 해산물을 즉석에서 숯불로 구워 먹는 '짐바란 씨푸드'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발리의 밤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발리 섬의 유쾌하고 화려한 밤을 보낸다.

인도네시아 전통 춤과 어우러져 칵테일을 즐기는 밤은 호텔방에서 잠만 잘 수 없게 만든다.

덴파사르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족자카르타로 향한다.

인도네시아의 고대 도시인 족자카르타는 자바 문화가 잘 보전된 곳이다.

자전거를 개조해서 만든 교통 수단인 '베차'가 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웃음을 지을 때마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베차 몰이꾼에게서 족자카르타의 따뜻함이 배어난다.

족자카르타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보로부두르 사원은 불교 사원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언덕 위의 승방'인 보로부두르는 아주 웅장하다.

인근 메라피 화산의 폭발로 홀연히 모습을 감췄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그렇게 신비스러울 수 없다.

흙 속에 파묻혀서 세속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천 년의 은둔 끝에 세상에 다시 나온 보로부두르는 경외의 대상이다.

505개 부처가 천 년이란 세월의 흐름을 자비로운 미소로 표현하고 있다.

84ha 규모에 약 200만개의 돌덩이를 이용해 쌓아 올린 10층 사원으로 단일 불교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8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보다 앞선다.

가까이 다가서면 그 세밀함에 놀란다.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종을 뒤집어 놓은 듯한 스투파(탑)와 그 안의 불상에는 불교의 우주관이 고스란히 표현된 듯하다.

사원 층층의 벽면에 새겨진 4km 길이의 부조는 하나 하나가 작품이다.

프람바난 사원은 힌두 사원으로 보로부두르 사원과 쌍벽을 이루는 명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 사원이라는 프람바난 사원은 9세기께 이곳을 지배하던 힌두 왕조에 의해 건립됐다.

높이 47m에 이르는 시바 신전은 고대 신화를 형상화한 외벽과 신전 계단 등에 새겨진 부조의 치밀함이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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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주 3회 직항편 운항 ]

인도네시아는 이름 없는 작은 섬을 제외하고도 1만3677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2억2000만명의 인구에 300여 종족이 있다.

발리 기후는 11~4월이 우기, 5~10월은 건기이다.

우기에도 하루 2∼3회 소나기가 내릴 뿐 여행에 큰 불편은 없다.

통화 단위는 루피아.1달러에 8800루피아 정도.인천국제공항에서 발리까지는 일곱 시간 소요된다.

발리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늦다.

4월부터 취항을 재개한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02-773-8848)이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덴파사르(발리)=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