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영상으로 뇌 속을 '손금 보듯'
사람 뇌 속을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3차원 뇌영상 촬영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 등 뇌 관련 질환을 발병 이전에 미리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가천의과학대는 핵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의 장점을 결합한 장비인 퓨전 영상 시스템을 구축한 뇌과학연구소(소장 조장희 박사)를 인천 길병원 내에 설치,20일 가동에 들어갔다.

이 퓨전영상시스템은 뇌세포의 기능과 변화를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해 특정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식별해 뇌질환의 원인을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분자과학적 수준에서 조기 진단이 가능한 기능을 가진 PET와 고해상도 MRI의 장점을 서로 결합시켜 '꿈의 영상'으로 불린다.

뇌과학연구소는 이날 퓨전영상시스템의 1차 결과물로 핵심 장비인 초고해상도 MRI 7.0T(T는 테슬라의 약자로 MRI가 방출하는 자장의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로 찍은 뇌속 사진을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저해상도 MRI(1.5T)가 포착하지 못했던 뇌 표면의 7겹 잔주름과 미세혈관,뇌간의 작은 구조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해상도 MRI와 뇌과학 전용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HRRT-PET)로 찍은 뇌영상 사진을 합성한 퓨전영상(동영상)도 공개,초고해상도의 완벽한 퓨전영상 개발(2008년 말 예정)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MRI 7.0T와 PET의 최신기기인 HRRT(고해상도 연구용 단층 촬영장치)는 독일 지멘스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한국은 MRI 7.0T는 세계에서 세 번째,HRRT는 다섯 번째 보유국이 됐다.

조장희 박사는 "2008년 완전한 퓨전영상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면 기존 MRI로 뇌 질환을 진단하는 것보다 평균 3~5년 정도 빨르게 발병 징후를 찾아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알츠하이머(치매),중풍,파킨슨병,정신분열증 등 뇌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뇌질환을 유전자 수준에서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은 어느 정도 진행이 이뤄진 후에야 진단이 가능하다는 게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조 박사는 "완전한 퓨전영상을 개발하면 해외에 빠져 나가는 수천억원대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첨단 의료기술인력 양성,해외 로열티 수입 등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구소 개원식에는 MRI 개발로 199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위스의 리처드 언스트 교수,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개발한 일본의 세이지 오가와 박사,지멘스 메디컬의 레카르토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