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0여일 후면 한국이 세계 최초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상용화한다.

와이브로 사업자인 KT는 이에 대비해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에서 판교IC에 이르는 구간과 지하철 분당선,강남대로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자는 와이브로가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는지,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19일 시범 서비스 지역에서 직접 체험을 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린 이날 아침 기자는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택시를 탔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망이 깔린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으로 향했다.

택시에 타자마자 노트북PC에 와이브로용 PC카드를 꽂았다.

노트북을 켜니 카드에 빨간 불이 파란 불로 바뀌었다.

와이브로에 접속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와이브로 커넥트 매니저(CM) 프로그램을 띄워 와이브로에 연결했다.

와이브로 커뮤니케이터인 푸시투올(PTA)이 뜬다.

PTA는 텍스트 채팅(메신저),화상통화,음성통화,메시지,메일,파일·폴더 전송,인터넷 칠판격인 화이트보드 등의 기능을 갖췄다.

한남대교 남단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교통체증으로 잠시 차가 밀리는 동안 와이브로로 여러 기능을 이용해보기 위해 PTA와 MSN메신저를 띄웠다.

파란닷컴에 접속해 와이브로용 주문형 비디오(VOD)에서 영화 '늑대와 춤을'을 틀었다.

VOD 메뉴 아래에 있는 전송속도 테스트 버튼을 누르니 초당 2.8메가비트(Mbps)로 나왔다.

이 정도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유선 초고속인터넷(500Kbps~4Mbps)에 버금가는 속도다.

체증이 풀렸다.

택시는 양재IC를 지나 달래내 고개를 지나고 있었다.

택시기사에게 속도를 물었다.

"시속 105km입니다." 곧바로 속도측정 사이트에 연결했다.

깜짝 놀랐다.

정지해 있을 때보다 높은 내려받기 3.6Mbps,올리기 2.6Mbps로 나왔다.

비가 내리는 악천후인 데다 노트북에는 PTA와 메신저 영화 파란닷컴 등 10여개 창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순간 노트북PC에 쪽지가 떴다.

PTA에 친구로 등록된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홍원표 전무가 보낸 메시지다.

'최 기자님이 체험하고 있는 와이브로는 시범 서비스입니다.

지금도 매일 와이브로 관련 장비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 인터넷이 끊길 수 있지요.

5월 중순께면 서비스 품질이 안정될 겁니다.' 즉시 답변을 쳐넣었다.

'시속 105km로 달리는데 3.6Mbps나 나오네요.

놀랍습니다.'

판교IC를 빠져나와 지하철 서현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에 탄 뒤 와이브로에 접속했다.

전동차가 출발하자 접속이 끊겼다.

다시 연결을 시도했지만 전동차 운행 중엔 끊기고 정지 중에만 접속됐다.

수서역 도곡역 선릉역에서만 정지 중에 1.8~2.0Mbps의 속도로 연결됐다.

기자와 함께 지하철에 탑승한 김철기 KT 홍보과장은 "지하철 분당선 구간은 와이브로 최적화를 위한 공사를 벌이고 있어 아직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릉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강남대로에서는 와이브로가 잘 터졌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잠시 끊겼을 뿐 1.0~1.4Mbps 속도로 연결됐다.

김 과장은 "기지국이 바뀔 때 끊김없이 인터넷에 연결하는 핸드오프 성공률이 약 90%"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지하철 구간만 빼고 경부고속도로와 강남대로에서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출·퇴근길이나 지방 출장길에 고속버스나 승용차 안에서 노트북이나 PDA로 인터넷을 이용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