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투기지역 소재 시가 6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자금대출의 만기를 20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Debt-To-Income) 요건을 회피하려는 편법대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DTI 기준에 따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가 넘지 못하도록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제한됐다.



매년 원리금 상환액은 대출기간이 짧을수록 커지고 대출기간이 길수록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대출기간을 최대한 늘리면 대출 가능 금액이 덩달아 늘어나게 되는데 금감원은 대출만기를 20년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편법대출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투기지역 소재 점포를 중심으로 만기 20년 이상인 장기대출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출가능금액 최대 1억원 감소

DTI 개념을 적용할 경우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다른 채무 없이 연 5% 금리로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년 만기 대출시에는 53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대출 기간을 15년으로 늘리면 2억1000만원,20년 2억5200만원,30년 3억1000만원,35년 3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처럼 DTI 규정은 장기대출을 통해 최대한 대출받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를 상환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대출만기를 20년 이내로 제한하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의 최대 가능금액은 3억3000만원에서 2억5200만원으로 7800만원 줄어든다.

연소득 7000만원인 차주는 4억6000만원에서 3억5300만원으로 1억700만원 감소한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대출을 끼고 투기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이번 장기대출 취급 억제 조치는 기존 아파트 외에도 채무인수,분양권,재건축·재개발 지분 등에도 적용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영향 미미

이달 초 DTI 규정 시행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당국은 그만큼 편법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4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민은행의 일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777억원으로 지난 3월 중 일평균 취급액(590억원)보다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4월 들어 17일까지 신규 취급액은 7870억원으로 전월 동기(6539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신한·하나은행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병수 국민은행 개인소호여신부장은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소유권 이전과 관련된 주택구입 자금보다 본인 소유를 담보로 하는 일반자금의 취급 비중이 높다"며 "DTI 적용으로 인한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