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의혹에 대한 조사가 장기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 거부와 책임떠넘기식 발언 등으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며 관련자에 대한 저인망식 소환 조사로 방향을 바꿨다.

감사원 관계자는 16일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1차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최소 2주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당초 21일께로 예정됐던 1차 조사시한을 일단 이달 말까지 연장한데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의 재검증 수치 발표도 내주말 이후로 미뤘다.

금주로 예정됐던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와 이정재 금감위원장 등 정책 결정에 관여한 최고위층에 대한 소환도 내주로 넘어갈 전망이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압수 수색물 검토가 늦어지면서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의 불법 혐의를 가려낼 만한 단서를 찾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16일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사전공모 여부 및 배임죄 적용 가능성,재정경제부의 외압행사,금감위 및 금감원 등 감독기관의 직무태만 등으로 초점을 좁혔다며 다만 고위층 연루여부에 대한 규명과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번 주에는 론스타 매각을 승인한 금감위원과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동의한 수출입은행 관계자,사실상 매각결정이 내려진 2003년 7월 '10인 대책회의' 참석자를 줄줄이 불러 보강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어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국장 등을 재소환,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사법 처리와는 별도로 당시 2003년 경제 상황에 대한 재정경제부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외환은행 매각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체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경영 또는 직무상의 판단 착오와 이 과정에서의 직권 남용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하는 듯하다"면서 "일부는 당시 판단의 근거에 대해 제대로 된 진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