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의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유와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은 오르는 반면 에틸렌을 포함한 대부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중국 및 중동산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원유의 이달 초 가격은 배럴당 61.41달러로 지난해 4월에 비해 30.12% 올랐으며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도 t당 550달러로 24.11% 올랐다.

반면 유화제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해 기초유분인 에틸렌은 102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벤젠은 19.14%,스티렌모노머(SM)는 11.13% 떨어졌다.





석유화학 공정 하위부문(다운스트림) 쪽으로 갈수록 하락세가 두드러져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파라크실렌(PX)을 제외한 폴리프로필렌(PP),PVC,ABS 등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이 최대 15.95%까지 하락한 상태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극도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올 1분기는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17일 실적 공개와 18일 IR(기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주주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누리투자증권은 LG화학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출액 2조27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나 영업이익은 786억원으로 44.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글리콜(EG)이 1년새 12.83% 하락함에 따라 호남석유화학도 최악의 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호남석유화학의 1분기 매출액이 5113억원으로 5.4%,영업이익도 753억원으로 37.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림산업 유화사업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무려 93.5%나 급감했으며 매출도 5.2% 감소한 1501억원에 그쳤다. 이 밖에 KP케미칼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 수준,한화석유화학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제품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상태에서 수요업체들이 국내 가격도 수출가격만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석유화학 등 NCC(나프타분해센터)를 갖춘 석유화학 기초원료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익 감소세가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석유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경기가 지난해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기초 원료 마진은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서 NCC 업체들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올들어 제품 값이 지난해 말에 비해 소폭 오르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데다 중동에서도 싼값의 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

정태웅·유창재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