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2조원 이상의 1분기 실적을 장담하는 분위기였다.

반도체와 휴대폰이 호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액정표시장치(LCD)사업 전망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반도체가격 하락에 환율 급락 겹쳐

환율 급락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이후 주력 품목인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통상 연간 50% 정도 하락한다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1분기에만 25% 떨어졌다.

휴대폰(5.6%)이나 LCD(11.0%)에 비해 반도체 사업부(15.9%)의 매출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부의 매출 하락률이 15%대를 기록한 것은 근래에 드문 일로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다 평균 환율 기준으로 전 분기에 비해 60원가량 하락한 환율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000억원이나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100원 올라갈 때 연간 2조원의 영업이익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2분기 이후 전망도 불투명

문제는 환율이나 반도체-휴대폰-LCD 등 주력 품목들의 판매가격에 대한 2분기 이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중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의 움직임은 유동적이다.

실제 인텔 IBM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의 1분기 수출은 달러화 기준으로도 6%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이 멈출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장악하면서 전 세계에서 달러화의 기조적인 약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환당국이 해외투자규제를 대폭 풀지 않는 이상 환율은 좀처럼 반등기회를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 전문가들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1분기에 비해 더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도 1분기 수준인 1조6000억원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하락폭이 1분기와 비슷하다면 1조5000억원대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김장열 팀장과 대신증권 김영준 연구원도 2분기 영업이익을 1조5000억~1조6000억원대로 전망했다.

바닥세가 2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분야별로는 LCD의 경우 LG필립스LCD와 달리 수요층이 두터운 편인 데다 7-2라인 물량 증가와 수율 개선이 호재다.

하지만 LCD패널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다만 3분기 이후부터는 LCD패널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에 따른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전망이다.

최근 주가 강세 역시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일훈·고경봉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