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천비리 의혹에 부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의원 부인의 '존재와 역할'에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의원 부인은 단순한 가족이나 내조자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동반자로서의 위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이 의정활동 등 빡빡한 일정에 매달려 있는 동안 지역구 관리가 부인 몫이 되곤 한다.

이러다보니 정치권 주변에서는 "남편(의원)보다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는 부인들도 적지 않다.

이번에 공천헌금 파문에 휘말린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씨는 KBS 앵커 출신으로 목욕탕에서 아줌마 유권자들의 때를 밀어주는 내조로 박 의원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들었던 것은 잘 알려진 터다.

한 전직 중진의원 부인은 지역구를 샅샅이 누비고 다녀 지역구에서 남편 못지 않은 '유명 인사'가 됐을 정도였다.

재선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정치입문 과정에서 선거출마를 극구 말렸던 부인이 낙선 후 정치를 그만두려는 자신에게 오히려 재도전을 권해 결국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의원 부인이 끊임없이 정치바람을 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경자 전 의원(14대)은 남편인 박철언 전 의원의 정치적 시련을 딛고 금배지를 단 케이스다.

반면에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부인이 2004년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남궁석 전 국회 사무총장도 부인이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돈봉투를 전달한 사건이 발생해 총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비운을 겪었다.

여야 의원들은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주로 집으로 찾아오는 만큼 '집안 단속'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