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신 모씨(36)는 수돗물은 끓여서도 마시지 않는다.

예전처럼 녹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데다 간혹 찌꺼기 같은 게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신씨는 "서울시는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주위에서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면 상수도관 내부를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노후 상수도관 교체가 마무리되고 상수원 및 정수장에서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불신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수도관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상수도관 내부 청소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수질검사에서 결과가 나쁘게 나오거나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곳의 수도관에 대해서만 소화관을 통해 물을 빼내고 있을 뿐 정기적으로 수도관 내부를 세척하지는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1만5774km에 달하는 시내 상수도관 중 정기적으로 청소를 실시하는 구간은 없다"며 "건물 내 수도관 관리는 건물주 책임이지만 실제 세척을 하는 건물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관 청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수돗물에 대해 불신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최승일 교수는 "수돗물이 생산될 때에는 수질에 문제가 없겠지만 세척이 제대로 안 된 수도 관을 통해 오염원이 포함될 수 있다"며 "수도관 교체는 쉽지 않은 만큼 정기적으로 내부를 청소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수돗물시민회의 관계자는 "수도관을 바꾸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교체된 수도관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스케일(마그네슘 칼슘 등 무기물질이 배관 벽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나 '물때' 등 불순물이 끼게 된다"며 "수도관 관리 소홀로 인한 수질 오염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에선 수도관에 물을 세게 흘려보내 '와류'(渦流)를 일으켜 불순물을 흘려보내는 '플러싱' 기법으로 세척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수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적합한 데다 이물질 제거효과가 55% 정도에 그친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광역시는 2003년부터 청소구를 이용한 세척 공법을 적용,수도관 청소를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기법은 상수도관의 양쪽에 소화전 기능이 있는 청소구를 설치한 뒤 수세미 역할을 하는 포탄 모양의 세척기기인 '폴리피그'(polly-pig)를 집어 넣어 수도관 안의 녹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한 번에 최대 1km까지 세척할 수 있으며,30분 정도면 청소를 마무리할 수 있다.

초기 설치비용과 관리비용을 포함해도 수도관 교체비용의 15∼20%가량밖에 들지 않는다.

한 번 세척한 뒤에는 5년 주기로 청소를 하면 된다는 것이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낡은 수도관을 교체한 후에도 녹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적지 않아 수도관 청소에 나섰다"며 "폴리피그를 이용한 결과 수도관 내부의 찌꺼기가 100% 가까이 없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2017년까지 334억원을 투자해 모든 수도관을 이 공법으로 세척할 계획이다.

광주시 외에 전남 목포시와 나주시가 이 방법을 활용해 일부 수도관을 청소하고 있으며,서울시도 지난해 성북수도사업소에서 두 곳의 수도관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상수원 관리로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며 "각 지자체들이 수도관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