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금형을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하세요."

"휴대폰 LCD창을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수는 없나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이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을 대동하고 전자제품 디자인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휴대폰 에어컨 냉장고 등을 둘러보던 구 회장은 금형은 물론,색상과 디자인 등 세세한 곳까지 들여다보면서 담당 임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성 임원으로 휴대폰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진 LG전자 상무는 "회장이 세심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면서 전문가도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짚어가며 질문하는 바람에 진땀이 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12일 LG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강조해온 구본무 회장이 직접 디자인 개발 현황을 챙기고 있다.

올 초 'LG의 혼을 담은 디자인을 개발할 것'을 각 계열사 사장단에게 강도높게 주문한 데 이어 최근 각 사의 디자인센터를 일일이 둘러보며 점검에 나선 것.그는 지난 4일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은 데 이어 11일에는 논현동에 있는 LG화학 인테리어 디자인센터를 방문,첨단 제품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디자이너를 격려했다.

구 회장의 이번 디자인센터 방문은 올 초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경영화두로 제시한 '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체질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동행한 임원들에게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고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디자인을 개발할 것"을 주문하고 "기술이 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기에 좋은(nice)'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구 회장의 이번 현장 점검은 철저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LCD TV와 PDP TV,모니터,휴대폰 등을 직접 뜯어보며 장·단점을 지적했다.

최근 개발중인 LG전자의 첨단 휴대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LG전자의 최신 냉장고에 대해서는 5분 동안 꼼꼼히 들여다 본 뒤 눈에 안 띄는 내부 디자인까지 신경쓸 것을 지적해 관계자를 긴장시켰다.

지난 11일 LG화학의 인테리어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 회장은 바닥재 벽지 붙박이 가구 등 각종 인테리어 제품의 특징을 물어보고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를 자세히 물었다.

이어 "제품을 모델하우스 등에 미리 설치해 실제로 적용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구 회장은 디자이너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히트 상품을 개발한 슈퍼 디자이너에게는 임원급 이상의 연봉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각 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주문했다.

또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고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의 이번 현장방문은 LG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자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