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겉모습을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경쟁사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제품의 겉모습을 경쟁사의 히트상품과 유사하게 제조한 이른바 '미투(me too)'제품에 대해 최근 법원이 잇따라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는 법원이 디자인권의 인정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독창성이 뛰어난 디자인에 대해서만 선발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해 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평범한 디자인,보호 대상 안돼'

서울고등법원 민사 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크라운제과가 자사의 '콘칩'을 모방해 비슷한 포장의 '콘칩'을 생산,판매한 오리온을 상대로 낸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오리온 콘칩은 크라운 콘칩의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제품의 포장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크라운제과측의 주장에 대해 "은박 재질에 제품명을 적고 내용물을 그려넣는 디자인은 제과류 포장에서 매우 일반적인 방식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SK케미칼이 제일약품의 관절염 패치제 '무르페'가 자사의 '트라스트'와 비슷해 소비자의 혼동을 일으킨다며 제일약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후발주자인 제일약품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난해 8월 쿠키제품 '마가렛트(롯데제과)'와 '마로니에(오리온)'를 놓고 벌어졌던 롯데제과와 오리온 간의 소송에서도 선발업체인 롯데제과가 패소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단지 남보다 먼저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해달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창의성 강해야 디자인권 인정'

이와 반대로 선발업체의 포장 디자인이 '지식재산'으로 인정받아 후발업체가 타격을 입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바나나우유의 포장 디자인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빙그레와 해태유업 간의 소송에서는 선두주자인 빙그레가 이겼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빙그레는 1974년 항아리 모양의 우유 용기를 개발,이후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해태유업이 비슷한 모양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빙그레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바나나우유의 용기가 여타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한 모습을 지녔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해태유업은 상품 출시 7개월 만에 포장 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문선영 변호사는 "포장 용기에 제품의 모양이나 재료 등을 그려넣는 단순한 디자인만으로는 디자인권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게 최근 판례"라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포장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미투 제품으로부터 자사 제품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아예 신제품 개발은 도외시한 채 잘 팔리는 경쟁업체의 제품을 복사하는 '미투 마케팅'을 공언하고 나선 업체들도 있다"며 "법원이 이 같은 모방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판단을 내려야 시장 질서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