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화살이 외은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추정치(2003년 12월 말 기준)를 저평가한 주모자 색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BIS 비율을 평가절하한 정황은 구속 중인 외은 매각책임자 등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BIS 비율 조작에 가담한 '윗선'을 찾아야 퍼즐맞추기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윗선 개입 없는 BIS 비율 짜맞출 수 없어"

BIS 비율 조작의혹과 관련해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1일 "적어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실무자를 매수해 은행 경영진도 모르게 형편 없는 BIS비율을 만들고,그 대가로 수백억원을 챙기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외환은행 매각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적정한 수준의 BIS 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자,그것도 고위 인사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들도 속출하고 있다.

우선 거미줄 학맥이다.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대표와는 미국 하버드대 MBA 동문이고,자회사인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유회원 대표와는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국장과 정문수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도 경기고 라인이고,외환은행 내부에서는 이강원 행장-전용준 매각태스크포스팀장-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대표가 서울고로 엮여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직후 변양호 국장이 설립한 보고펀드에 400억원 정도를 투자,각별한 관계임을 과시한 바 있다.

변 국장은 또 금감위에 론스타의 외은 인수를 승인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내기도 하는 등 외은 매각 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외환은행-금감원 3각 입맞추기?

실무자선의 BIS 비율 짜맞추기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외은 매각책임자로 구속된 전씨는 검찰 수사에서 "처음에는 5%대의 BIS 비율이 나왔는데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같은 팀원인 허 차장에게 'BIS 비율을 6%대로 높여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BIS 비율 조작에 관여한 바 없다"는 금감원측의 해명과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또 론스타도 BIS 비율 낮추기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즉 외은 허 차장이 금감원에 보냈다는 '의문의 팩스5장'에 기재된 외은의 자산손실액이 1조6864억원으로,이는 론스타가 삼정회계법인과 함께 추정한 금액 1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