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싼 이자로 엔화와 유로화를 빌려 다른 나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던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최근 일본과 유럽의 금리 인상으로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급속히 빠져 나가면서 지역적인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 캐리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1조원가량 유입돼 있는 한국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산하 국제금융정보 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소장 진병화)는 10일 '아이슬란드의 외환위기와 전염 가능성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아이슬란드의 외환위기는 지난 2~3년간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본 유럽 등의 금융긴축 기조 전환으로 3월 들어 일시에 이탈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국제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외환위기 재연과 전염 가능성 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이슬란드는 최근 엔 캐리 자금 등이 일시에 이탈하면서 3월 들어 크로나화 가치가 12% 급락하고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고 그동안 과대 평가됐던 통화 가치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부각되면서 외환위기로 비화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북유럽판'이라고까지 묘사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외환 보유액이 8억달러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언제든지 외환위기에 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아이슬란드의 외환위기는 신흥 유럽국가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분석했다.

헝가리 루마니아 터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자산 버블과 통화 절상이 진행돼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등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뉴질랜드 호주 터키 헝가리 등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과도한 경상 적자를 안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위기의 다음 차례는 미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아직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외환 보유액이 상당히 축적돼 있는 데다 엔 캐리 자금 등 국제 자본의 대거 이탈 가능성이 높지 않아 외환위기의 전염 가능성은 아직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는 "아이슬란드 사태를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캐리 자금의 흐름을 지켜보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