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마스터스 ]

'장타력의 승리인가,드라이버 2개의 승리인가.'

'왼손잡이' 필 미켈슨(36ㆍ미국)이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미켈슨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마스터스토너먼트(총상금 700만달러)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팀 클라크(남아공)를 2타차로 제치고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관심의 초점이었던 '빅5'의 경쟁에서도 미켈슨은 보란듯이 완승을 거뒀다. 타이거 우즈와 레티프 구센은 미켈슨에게 3타,비제이 싱은 4타 뒤졌다.

미켈슨의 마스터스 우승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통산 메이저대회 3승,미국PGA투어 29승째다. 우승상금은 126만달러. 마스터스토너먼트는 최근 4년 동안 왼손잡이가 세 번(2003년 마이크 위어 포함)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켈슨은 또 늘어난 오거스타내셔널GC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이번 대회에 드라이버 2개(캘러웨이 빅버사 퓨전 FT-3)를 갖고 나가는 시도를 했고,파5홀에서만 13언더파를 이끌어내 성공으로 귀결됐다. 미켈슨의 '실험'은 앞으로 다른 선수의 클럽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천으로 순연된 3라운드에서 4언더파의 단독 1위로 나선 미켈슨은 최종일 초반 프레드 커플스(47ㆍ미국)와 선두다툼을 벌이기도 했으나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까지 내달았다. 미켈슨은 프로전향 후 42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 최근 9개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올리며 우즈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선수로 떠올랐다.

3라운드까지 미켈슨에게 2타 뒤졌던 지난해 챔피언 우즈는 최종일 퍼트가 잇따라 홀을 외면하면서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가 마스터스 4일 동안 한 번도 60타대 타수를 내지 못한 것은 1999년(공동 18위) 이후 처음이다. 우즈는 경기 후 "퍼터를 부러뜨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을 노렸던 커플스 역시 결정적인 순간 퍼트 부진으로 최종일 한 타밖에 줄이지 못하며 공동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 마스터스 결산 : 길어진 코스 … 장타가 우승 좌우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려면 거리를 늘려라.''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에서는 가능하면 퍼터를 쓰라.' 2006 마스터스토너먼트가 남긴 교훈이다.

오거스타내셔널GC측은 나날이 늘고 있는 선수들의 장타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올해 코스 길이를 지난해보다 155야드 늘린 7445야드로 세팅했다. 이는 메이저대회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것이다. 1번홀(455야드)의 경우 페어웨이 벙커를 넘기려면 드라이버샷을 '캐리'로 320야드를 날려야 한다. 4번홀은 파3인데도 길이가 240야드에 달해 우드 티샷을 하는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11번홀(파5)은 길이가 파5에 가까운 505야드에 달한다.

이 같은 긴 코스에서는 드라이버샷을 멀리 보내놓지 않으면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세우기 힘들다. 비록 온그린을 시켜도 롱퍼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버디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챔피언 필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99.2야드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도 상위권 선수들을 보면 프레드 커플스가 295.8야드로 2위,비제이 싱 294.5야드 3위,앙헬 카브레라 292.1야드 5위,타이거 우즈가 290.1야드로 10위를 각각 기록했다. 대체로 장타자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결과로 나타난 것.

선수들은 볼이 그린 프린지나 그린 옆 '퍼스트 커트'(얕은 러프)에 멈출 경우 퍼터를 쓰는 일이 흔했다. 챔피언 미켈슨뿐 아니라 우즈,올라사발,클라크,최경주,커플스 등 대부분 선수들이 그랬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톱랭커들도 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에서는 웨지(아이언)보다 퍼터를 쓰는 것이 결과면에서 더 낫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었다.



■ 통계로 본 미켈슨 : '무관의 제왕' 불명예 털고 2연속 메이저 대회 연속 석권

미켈슨은 올해 4일 동안 파5홀에서 13언더파를 기록했다. 특히 8,15번홀에서는 4일 모두 버디를 잡았고 13번홀에서는 역대 합계 43언더파로 단일 홀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다.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려면 파5홀을 정복하라'는 것이 미켈슨이 주는 메시지다.

미켈슨은 마스터스가 생긴 이래 마스터스 직전대회와 마스터스를 연달아 우승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미켈슨은 지난주 벨사우스클래식에서 2위와 13타차로 우승한 뒤 마스터스에서도 '그린재킷'을 걸쳤다.

미켈슨은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에 이어 올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까지 석권했다. '2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은 2002년 타이거 우즈(마스터스-US오픈) 이래 처음이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빙랭킹 1위(299.2야드),드라이빙 정확도 36위(62.5%),그린적중률 69.4%(4위),홀당 퍼트수 1.611개(16위)를 각각 기록했다.

미켈슨은 마스터스사상 세 번째의 '왼손잡이' 챔피언이다. 2003년 마이크 위어가 첫 왼손잡이 챔피언이 됐고,미켈슨은 2004년과 올해 두 번 챔피언에 올랐다.


■ 미디에이트 '아멘코스' 최대 희생자 ‥ 12번홀 10타 '최악'

미국PGA투어 통산 4승의 중견 로코 미디에이트(44ㆍ미국)가 최종일 '아멘 코너'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미디에이트는 3라운드까지만 해도 합계 2언더파로 공동 4위의 좋은 성적이었다.

최종일에도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선두권에 자리잡은 미디에이트는 그러나 12번홀(159야드)에서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첫 티샷이 짧아 그린 앞 워터해저드(일명 '래스 크릭')에 빠진데 이어 1벌타 후 드롭존에서 친 세 번째샷도 짧아 또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또 다시 1벌타 후 드롭존에서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들어가버렸고 그는 결국 10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한 홀 '7오버파 10타'는 2라운드에서 데이비드 듀발이 2번홀(파5)에서 기록한 것과 함께 최악의 스코어다. 오버파로 따지면 이번 대회 한 홀 최다 오버파다. 미디에이트는 12번홀의 몰락탓에 합계 6오버파 294타의 공동 36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