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자리잡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 초입 멘로파크시 샌드힐로드에는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몰려있다.

레드포인트 돌캐피털매니지먼트 등 대표적인 밴처캐피털을 찾은 것은 지난 6일. 사업 비밀 때문에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한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금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들고 오는 벤처기업인이 부쩍 늘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이들이 갖고 오는 사업계획서엔 하나같이 '웹 2.0'이라는 용어가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웹 2.0은 사용자들이 각종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리고 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가리킨다.

'살아있는 인터넷'으로 불리는 웹 2.0이 IT거품 붕괴로 신음하던 실리콘밸리 부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웹 2.0 시대를 연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은 설립한 지 3년이 채 안 돼 가입자가 6500만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학교 졸업생끼리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마이스페이스닷컴의 성공에 자극받아 페이스북닷컴(facebook.com) 같은 유사한 사이트들이 잇달아 생기면서 '제2의 닷컴붐'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설된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대블닷컴(dabble.com)도 웹 2.0 바람의 산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고 인터넷기업의 자리를 다투고 있는 구글과 야후도 웹 2.0 대열에 합류했다. 야후는 최근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재빠르게 인수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구글도 괜찮은 웹 2.0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웹 2.0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2003년 50억달러로 바닥을 친 후 2004년 55억달러,2005년 60억달러로 늘어난 것도 웹 2.0 기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이다. 돌캐피털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올해 업계에서 투자 대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웹 2.0 기능을 최대화한 인터넷 동영상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라고 전했다.

기업공개(IPO)도 2004년 23개에서 지난해엔 117개로 급증했다. 2~3년 전 60만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주변 집값은 100만달러로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의 경기지표로 사용되는 사무실 공실률도 최근 16%대로 IT거품 붕괴 때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졌다.

웹 2.0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 밸리의 부활은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새너제이에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 해외 IT지원센터 아이파크 실리콘밸리(iPSV) 이종훈 소장은 "현지 기업들은 웹 2.0에서 어느 나라보다 앞서고 있는 한국의 유능한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스카우트만이 아니다.

구글과 야후는 웹 2.0의 강자를 인수·합병할 태세여서 iPSV도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적극 중개해 줄 방침이다.

iPSV의 김종갑 이사는 "야후는 인수하고 싶은 한국 기업에 다른 기업과는 접촉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할 정도"라고 전했다.

통신장비 업체나 반도체 회사들도 웹 2.0에 관심이 높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야후에서 웹 2.0 관련 마케팅 업무를 하던 제니 코익을 고객관리 담당자로 영입했다.

기업 고객들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한 웹 2.0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웹 2.0은 실리콘 밸리의 부활을 견인한 데 이어 통신장비업과 같은 하드웨어 산업 부흥까지 이끌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새너제이(미국)=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