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제18차 장관급 회담을 평양에서 21∼24일 개최키로 한 것은 `4월 개최'에 대한 합의가 지켜졌다는 점에서 일단 그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위폐공방으로 갈수록 꼬여가는 북핵 문제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기로 한 것은 외부 여건과는 별도로 남북관계는 그 것대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져 주목된다. 이번 장관급 회담은 당초 3월 28∼31일로 예정됐었으나 북측이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문제삼아 `4월의 적당한 날'로 연기했고 이에 우리 측은 `20일 전후 개최'로 수정제안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에서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전.현직 통일부 장관의 개성방문이 연기되는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는 상봉단의 귀환이 10시간이나 늦춰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 같은 우려가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올 들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과 제3차 장성급군사회담 등 크고 작은 회담이 열렸지만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나 서해상 공동어로 문제 등 핵심현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하는 등 남북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돼 왔다. 북측이 22∼23일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열자는 우리측 제의도 거부했고 4월에서 6월로 미룬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장관급 회담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현안에 대한 북한의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활성화 단계에 진입한 남북 간에 여러 분야의 교류와 협력에 대해 제도화하는 장(場)으로 삼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외에 회담에서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해 납북자.국군포로.이산가족 문제를 적극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분단으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납북자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줄곳 밝혀왔던 만큼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되 북한의 체면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납북자 가족지원 특별법 제정을 준비중이다. 회담에서는 이와 더불어 올 들어 북한의 쌀 지원 요구가 없었고 비료 지원도 올 초 15만t에 그쳤던 만큼 쌀.비료 지원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교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북핵 6자회담이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회담 개최 이후 6개월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회담에서 남북간 현안 이외에 북핵과 위폐문제의 해결을 위한 `결단'을 촉구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부는 위폐공방으로 북미간에 대결이 구조화되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하려면 현실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대북 설득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주변 상황으로 볼 때 조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