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춘투' 이러다 여름까지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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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가 매년 되풀이되는 '등록금 춘투(春鬪)'로 유난히 시끄럽다. 개강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재학생은 사실상 등록금 납부를 완료했지만 대학별로 총학생회가 나서 삭발,천막 농성,촛불 집회,학교시설 점거 등을 통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살인적인 등록금에 허리휜다'
올해 등록금이 지난해보다 12% 오른 연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건국대 등 상당수 대학의 등록금 인상폭은 5~14%대에 이른다. 인문 자연 의학 예.체능 등 단과대 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내 주요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300만~400만원 선인 국립대를 제외하면 평균 600만~700만원 선을 훌쩍 넘긴 상태. 일부 대학 의학과의 경우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액수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은 대학의 등록금 책정 기준과 사용처에 불신을 갖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에 따라 '등투'를 벌이는 학교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하 및 동결,반환,학생복지 확충 등을 내걸고 있다.
최건 건국대 부학생회장은 "교직원 인건비 인상 등을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단 전입금을 늘리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돈이 없어 휴학하거나 학자금 대출로 빚을 져 가며 학교 다니는 심정을 아느냐"며 "지난 2~3년간 등록금이 꾸준히 올라 학생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대학등록금 '공공재' 아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대학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지원금이 전체 수입의 4% 내외로 재정수입의 60~70%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일단 등록금 인상이 정서적으로 반발을 일으키는 측면은 있다"며 "전체 고3 학생의 82%가량이 대학에 진학하다보니 국내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버스나 지하철요금처럼 '공공재'로 취급받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 총장은 "특히 사립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재정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학생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규 이대 홍보부처장은 "재단의 적립금 5000억원을 굴려서 나온 연간 이자 300억원가량이 경상비 예산으로 이미 잡혀있다"며 "기부금은 장학금이나 건물 신축 등으로 소위 '꼬리표'가 붙어 있어 다른 곳에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 관계자는 "국민1인당 총소득(GNP)이나 물가상승률,정부 보조 등 여러 조건을 참고해 해외 대학의 등록금과 기부금 등을 비교.분석하는 외부 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노당.민주노총 연대 투쟁
올해부터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54개 총학생회 등 전국 70여 대학생 단체의 모임인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대교위)와 연대를 모색하면서 등록금 싸움이 예년보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내에 학생위원회를 두고 있는 민노당은 지난달 초 '2006년 대학등록금 동결과 대학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민주노동당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순영)'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등록금 투쟁 지원에 나섰다. 상당수 대학에 지부를 두고 있는 민노당은 사회 양극화 및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대학 등록금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실제 문성현 민노당 대표는 지난달 말 한총련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 졸업생 중 70%는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며 "등록금 투쟁으로 단결된 힘을 더욱 모아 비정규 개악안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민노당 김찬호 학생위원회 부장은 "오는 28일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위한 2차 전국 총궐기 대회를 주최하는 한편 학생회가 예산.결산 심의에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에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