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노조위원장 "파업앞세워 회사망친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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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회사의 아버지라면 노조위원장은 어머니와 같습니다. 노조위원장의 역할은 가정(기업)의 화목을 이끌어 자녀(기업)가 비행 청소년(부실)이 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46년간 무분규''6년 연속 무교섭 임·단협 타결' 등 갖가지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통운 노동조합의 김학수 위원장(56)은 노사의 역할을 이같이 비유했다.
대한통운 노조가 1961년 설립 이래 올해 임·단협까지 파업 한번 한 적이 없고,2001년부터는 아예 사측과 교섭조차 하지 않고 임금 인상 등 모든 권한을 경영진에 맡기고 있는 데 대한 설명이다.
4년째 노조를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은 "노조가 '꽥꽥' 소리치면 회사는 '예예'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노동계의 강도높은 '춘투'가 예고돼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가 월급을 제대로 받고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무리한 파업으로 회사를 공멸의 길로 이끄는 노조는 이상한 노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0년 10월 회사가 부도나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회사 매각설로 조합원들이 동요하던 2002년 위원장 당선 직후 전국 42개 지사를 돌며 '여러분 자신을 지키려면 먼저 회사를 앞장서 지켜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했죠.대한통운이 회생의 길로 접어든 것은 특유의 노사 상생문화 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업을 하지 않는 노조라는 이미지는 법원의 신뢰를 얻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법정관리 첫해 법원에선 무너져가는 회사의 노조면 당연히 강성이겠거니 하는 오해를 하고 있더군요. 이제는 법원도 대한통운의 경영진과 노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대한통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끊겼던 '공채 기수' 모집을 지난해부터 재개한 데 이어,올해는 매출 목표(1조5000억원)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을 신규사업 투자에 쏟아붓기로 하는 등 법정관리 기업의 통념을 깨고 있다.
"2001년 959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비핵심 사업이던 유통부문에서 손을 뗐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좋은 실적이죠.같은 기간 경상이익은 290억원에서 57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한통운이 멈춰서면 한국의 기간 물류가 끊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대한통운에서 파업이란 말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