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디지털단지역 상권은 종로구 관철동,건대입구역 등과 함께 서울에서 떠오르는 상권으로 꼽힌다. 이 상권은 대략 4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A급지는 역 1번 출구에서 시흥대로로 이어지는 시흥대로변 상권이다. 반대편 시흥동 쪽에서 대방동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로변에도 거리 상권이 형성돼 있다. 그리고 A급지 이면도로에 사각형으로 형성된 먹자골목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마트를 출발점으로 신축 아파트형 공장 건물들이 즐비하게 자리잡은 단지 내 상권을 들 수 있다. 대로변 A급지는 버스 중앙차선 개통과 함께 일부 점포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상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안양이나 시흥 쪽으로 가는 유동인구 중 일부가 이탈하기는 했지만 디지털 1단지 입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탈 인구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30~40대가 오가던 대로변에 20대 IT 인력이 대거 늘어남으로써 오래된 패션 브랜드가 최신 브랜드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최근 3년간 권리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현재 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보 창업자들이 도전하기는 힘든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장사에 자신이 있는 경험자라면 상권의 연소화에 맞춰 20대 타깃의 패션 브랜드로 진입하는 게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A급지 이면 먹자골목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재는 영등포역 앞과 비슷한 유흥상권 모습을 띠고 있다. 감자탕 보쌈 고깃집 횟집 등 저녁 메뉴가 주종을 이루면서 체인점보다는 단독점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디지털 단지 입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체인점이 많아 질 것이란 예상이다. 맥주전문점 '와바'의 이효복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이 지역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은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투자자들의 공동 출자 형태로 점포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처럼 낡고 오래됐거나,노원역처럼 객단가가 1만원 이하인 지역에 들어가지 않는 와바의 구로동 출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곳은 철저하게 남성 직장인들의 저녁 수요를 겨냥해야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메뉴에서 벗어난 아류 패밀리레스토랑이나 강남에서 먹히는 캘리포니아 스시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했다가는 백전백패하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여기서 성공하려면 기존 아이템을 고수하되 인테리어나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인 기존 상인들과 경쟁하려면 참신한 마케팅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단지 신축 건물 안에 점포를 여는 방안을 권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서준 팀장은 "단지 안 중심부 신축 건물의 경우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3억원,월세 100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권리금이 없어 투자비용이 먹자골목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단지 안에서 창업할 경우 철저히 건물 안 상주인구의 점심 수요를 겨냥해 5000원 안팎의 탕이나 찌개류 식당이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놀부'의 송기재 과장은 "디지털 단지 안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데다 단지 입구 이마트 고객도 주말에 늘어나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빠지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지 안에는 할리스커피,빕스를 비롯 유명 체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들과 견줄 만한 쟁쟁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일부 건물 소유자들은 임대보증금이나 월세대신 매출의 15~17%를 수수료로 매달 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은 세심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