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우승자는 신(神)만이 압니다. 우승하고 싶다고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스 길이가 늘어나 거리가 달리는 아시아권 선수들이 우승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70회 마스터스토너먼트를 이틀 앞둔 5일.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세 번째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오거스타내셔널GC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코스 전체 길이가 155야드 늘었는데.


"지난해와는 판이하다. 파4홀에서 버디 잡기가 쉽지 않다. 세컨드샷을 일단 그린에 올려야 버디 기회가 생기는데,미드아이언이나 롱아이언샷을 높이 띄워 볼을 그린에 세울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올해는 누가 버디를 많이 하느냐보다는 누가 보기를 적게 하느냐의 승부가 될 것 같다."


-홀별로 설명하면.


"파3인 4번홀은 35야드 늘어나 240야드가 됐다. 나의 경우 우드를 쳐야 하는데 볼을 그린에 잡아두기도 어렵거니와 온그린을 해도 롱퍼트가 남는다. 버디는커녕 파가 급선무다. '아멘 코너' 첫 홀인 11번홀은 파4인 데도 길이는 505야드다. 뒷바람이라도 불어주면 모를까,물을 피해 볼을 그린에 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1번홀(455야드)은 티잉그라운드를 뒤로 빼는 바람에 드라이버샷을 '캐리'(떠가는 거리)로 310야드는 날려야 벙커를 넘길 수 있다."


-코스 길이를 늘린 것이 타이거 우즈한테도 영향을 주리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우즈야 워낙 장타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속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승예상 스코어는.


"4∼5언더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 4일 동안 이븐파만 쳐도 '톱5' 안에 들 것이다."


-매년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올해가 네 번째 출전인데.


"우승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 같지만 우승자는 하늘만 안다. 마스터스를 포함한 메이저대회는 갈수록 '파워'싸움이 되고 있다. 예전처럼 레이업이나 쇼트게임을 잘 해서 우승할 확률은 별로 없다. 캐리로 300야드를 보내야 하고 볼을 다루는 테크닉도 겸비해야 메이저 챔피언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아시아권 선수들의 우승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른바 '톱랭커'들과 거리가 그렇게 차이 나는가.


"우즈,싱,엘스 등은 캐리로 295∼300야드를 보낸다. 나는 캐리가 285∼290야드다. 그 10야드 차이는 잘 맞은 드라이버샷이 벙커에 들어가느냐,페어웨이에 안착하느냐로 나타난다. 또 발목까지 덮는 러프에서 볼을 쳐내려면 힘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동양선수들은 불리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빠른 그린 때문에 마스터스는 퍼트에서 승부가 나는 일이 많지 않았는가.


"전장 7445야드는 다른 코스에 비해 결코 짧지 않다. 올해는 '거리'와 '퍼트'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음 달 SK텔레콤오픈에 미셸 위와 함께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다. 한번 계약한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주최측이나 중계방송사에서 너무 '흥행'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 미셸 위의 출전은 한국남자골프의 수준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행여나 그들의 자존심이 손상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