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다섯 번째 그린재킷과 메이저대회 11번째 우승 길목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일까.


'꿈의 제전' 마스터스골프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가진 연습 라운드에서 우즈의 볼은 벙커와 러프를 전전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전장 7천445야드짜리 장거리 코스로 재탄생하면서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즈의 머리 속이 너무나 복잡한 탓이다.


우즈에게는 단순한 아버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얼 우즈(74)의 병세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즈는 너무나 심란하다.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인 얼 우즈는 최근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우즈는 "이제 아버지와 영영 헤어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아버지가 앓아 누우신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면서 "일단 경기에 나서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지난달 27일 끝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흐트러진 모습이 다시 한번 되풀이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당시 우즈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자 연습 라운드도 거르고 왕복 10시간 여행을 마다 않고 병문안을 다녀왔다.


대회 개막 직전에야 대회장에 복귀한 우즈는 스스로 '형편없는 아이언샷'과 '엉망인 그린 플레이'라고 혹평을 내릴 만큼 집중력이 사라진 플레이로 일관한 끝에 공동 22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노심초사한 우즈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도 '우즈의 성적은 아버지의 병세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왔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지난 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쥘 때 심장수술을 받고도 경기장에 나와 퍼팅코치까지 불사했던 아버지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은 우즈의 경기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던 얼 우즈는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고마저 뿌리치고 나흘 내내 경기장에서 아들의 첫 메이저 제패를 지켜봤다.


건강이 갈수록 나빠지는 와중에도 얼 우즈는 해마다 마스터스에는 빠짐없이 나타나 아들을 격려했고 작년에는 거동이 불편해 경기장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오거스타에는 아들과 동행했다.


우즈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넘어서 '영원한 스승'이자 오늘의 우즈가 있기 까지 헌신을 아끼지 않은 '킹메이커'나 다름없다.


이런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우즈가 평정심을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아버지에게 마지막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우즈의 의욕 넘치는 플레이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


한편 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는 4일 1라운드 조편성을 확정해 발표했다.


작년 우승자 우즈는 관례에 따라 지난해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챔피언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와 함께 6일 밤 11시23분 티오프한다.


이탈리아인으로는 사상 처음 US아마추어골프 챔피언에 오른 몰라나리는 우즈와 대결에 대해 "정말 멋진 일"이라며 설렌다고 말했다.


로버트 앨런비(호주)가 우즈, 몰리나리와 동반한다.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7일 오전 1시57분 스튜어트 싱크(미국), 토마스 비욘(덴마크) 등과 경기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