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4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현대차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5개 구조조정 전문회사 및 자산관리회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현대차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달 26일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 현대차 계열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 사장에 대한 출금조치는 지난 2일 정몽구 회장의 출국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정 사장도 정몽구 회장처럼 검찰과 협의 없이 출국할 우려가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검찰은 "정 회장이 1주일 뒤에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도피성 출국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 사장에 대한 출금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채 기획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정 사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생겼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 사장을 수사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사장을 둘러싼 의혹을 입증할 상당한 자료와 단서를 확보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설립 4년 만에 매출 1조5000억원대의 중견회사로 급성장하고,현대차가 오토넷을 인수하고 오토넷이 본텍을 흡수합병하는 과정 등에서 불법행위와 관련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이날 오전 문화창업투자 큐캐피탈홀딩스 윈앤윈21 등 구조조정전문회사 및 자산관리회사들을 압수수색하고 임원들을 체포한 것도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큐캐피탈홀딩스와 윈앤윈21은 1999년 초 현대차가 자동차부품업체인 위아(옛 기아중공업)를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했고,문화창투는 본텍의 기업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이들 회사는 또 대부분 현대차 재무담당 출신들이 대표로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해 계열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들 회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채 기획관은 "글로비스 압수물에서 이들 회사가 현대차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단서를 포착했다"며 "글로비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일·김현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