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파생상품에 거액을 베팅,주목을 끌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최근 전 세계 4개 주식시장의 주가지수와 연동된 15~20년 만기의 지수 풋옵션 상품을 발행,익명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고 미 감독당국에 보고했다. 벅셔해서웨이가 발행한 옵션의 기초자산인 4개 주가지수 중 3개는 미국 이외 지역의 주가지수이며,상품 규모는 140억달러에 이른다. 벅셔해서웨이는 구체적으로 어느 시장의 주가지수에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향후 이들 지수가 30%가량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가 9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평소 파생상품에 대해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라며 위험을 강조했던 버핏이 주가지수 연계 파생상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는 사실과 함께 이들 상품의 만기구조가 15~20년의 장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버핏이 판매한 풋옵션은 주가 하락에 대한 일종의 보험상품 같은 것으로 주가가 일정 범위를 넘어 떨어질 경우 버핏은 이를 사들인 투자자에게 사전에 약속한 돈을 보험금처럼 지급해야 한다. 반면 주가가 일정 범위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처음 풋옵션을 판 금액 전부를 버핏측이 가지게 된다. 따라서 버핏이 풋옵션을 매도했다는 것은 일단 그가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만기 15∼20년의 장기 풋옵션을 매도했다는 것은 버핏이 세계 주식시장이 장기 호황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2002년에는 S&P500지수 풋옵션을 매수,주가가 하락하면서 6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적이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