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미국 LPGA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이 열린 미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CC 18번홀(파5·485야드) 그린은 해저드가 둘러싸고 있는 '아일랜드 그린'이다.


'2온'이 가능한 홀이지만 자칫 해저드에 볼이 빠질 수 있어 대부분 '3온 버디'를 노린다.


전날 76타를 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가 3일(한국시간) 최종 4라운드 17번홀까지 5타나 줄이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캐리 웹(32·호주)은 18번홀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116야드를 남겨두고 피칭웨지로 서드샷을 날렸다.


볼은 그린에 크게 한 번 튄 뒤 스핀을 먹고 속도가 줄더니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들어갔다.


갤러리들이 함성을 질렀고 캐디를 얼싸안은 웹은 그동안 슬럼프로 고생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눈물을 쏟았다.


웹은 "샷이 깃대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기에 버디 찬스를 잡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곧바로 들어가 버려 심장이 터지는 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단독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웹의 이글로 인한 갤러리들의 함성은 맨 마지막 챔피언조인 미셸 위(16)에게도 전해졌다.


1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예약한 위는 방송관계자로부터 웹이 이글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1타차 2위가 된 상황에서 남은 두 홀에서 무조건 버디를 해야만 했다.



위는 18번홀에서 티샷을 300야드가량 보낸 후 '2온'을 시도했다.


5번아이언 세컨드샷은 잘 맞았으나 스핀을 먹지 못하고 구르면서 그린을 살짝 벗어났다.


홀까지의 거리는 7.5m.이글에 성공하면 우승이고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그러나 웨지로 친 이글 칩샷은 너무 강하게 맞으면서 홀을 3m나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오르막 버디퍼트마저 홀을 핥고 지나가버렸다.


위는 또 다시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으며 1타차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차라리 퍼트로 붙였으면 하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위는 경기 후 "칩샷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볼이 그렇게 멀리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사흘째 선두를 달린 로레나 오초아(25·멕시코)는 18번홀에서 2m 이글 찬스를 성공시키며 연장진출에 성공했다.


웹은 오초아와 함께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홀에서 2m 버디를 성공시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7번째 메이저 우승(통산 31승)이며 우승상금은 27만달러.


아니카 소렌스탐(36·스웨덴)은 합계 2언더파 286타로 한희원(28·휠라코리아)과 함께 공동 6위를 기록했다.


박세리(29·CJ)는 합계 10오버파 298타로 공동 45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