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기술혁신 모델 'C&D'가 뜬다] 상품화기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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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피앤지(P&G)는 2004년 감자칩 위에 그림이나 글자가 적힌 스낵 '프링글스 프린트'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 제품 덕에 북미지역 프링글스 사업은 2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대박 상품 하나를 시장에 내놓는 데 족히 2년은 걸렸다.
하지만 '프링글스 프린트'의 경우는 제품 기획에서 출시까지 1년이 채 안 걸렸다.
P&G가 짧은 기간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신호에서 'C&D(Connect&Develop?연결개발)'라는 새로운 기술혁신 모델을 채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C&D는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R&D(연구개발)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술혁신모델이다.
기획부터 개발까지 회사 내부에서 추진하는 독자개발 모델과 대비되는 방식이다.
개발을 전적으로 외부업체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술 아웃소싱과도 다르다.
과거 독자적인 R&D로 신제품을 개발하던 P&G AT&T 듀폰 IBM 머크 GE 제록스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결개발'이라는 개방형 기술혁신 패러다임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P&G가 C&D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2000년만해도 이 회사의 외부 아이디어,기술에 의한 제품 개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었지만 2002년에는 35%로 높아졌다.
앞으로는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C&D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술혁신 비용이 급상승하는 데 비해 연구개발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혁신 모델로는 성장목표를 맞추는 게 불가능하는 것을 인식하고 개방형 혁신이라는 새 모델 실험에 나선 것.
여기에는 인터넷의 발전도 한 몫을 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세계 기업,대학,연구소 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기술을 찾는 게 한층 수월해졌다.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은 R&D 투자비용을 절감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융합에 의한 기술혁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P&G는 C&D 모델을 채택한 결과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이 2000년 4.8%에서 올해 3.4%로 낮아졌지만 기술혁신 성공비율은 오히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동칫솔 '크레스트 스핀브러시' 등 1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지난 2년간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만들었다.
C&D 방식의 기술혁신은 △아이디어 기획 및 발굴 △자체 해결안 모색 △풀어야 할 문제점 정의 △C&D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안 탐색 △해결방안 발견 △기술 도입 및 신제품 개발 등의 단계를 거친다.
'프링글스 프린트'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습기 많은 고온의 감자칩 반죽 위에 정교한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야 한다는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쳤다.
P&G는 문제점을 정의한 '기술요약서'(technology brief)를 작성해 글로벌 C&D 네트워크에 배포했으며 유럽네트워크 소속 전문가가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대학교수가 운영하는 제과점이 이미 해당 기술을 응용한 케이크와 쿠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회사측은 이 제과점과 제휴해 결국 '프링글스 프린트'를 출시할 수 있었다.
C&D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시스템 구축 뿐 아니라 기업문화 혁신이 필수적이다.
특히 아이디어나 기술이 회사 내부,외부에서 나왔는지 가리지 말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경우 담당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