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텔레콤이 휴대폰 보조금 나눠내기 문제를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삼성전자가 일선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주지 말고 합법보조금 가운데 대당 2만5000원씩 부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최대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판매장려금은 보조금과 그 성격이 다르다"며 SK텔레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보조금이 허용되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3사들이 피튀기는 고객쟁탈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엉뚱한 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입장


삼성전자는 판매장려금과 보조금이 다른 성격이란 점을 강조한다.


보조금은 이통사가 휴대폰 서비스를 오래 그리고 많이 이용한 고객에게 주는 것이고,판매장려금은 제조사가 일부 대리점에 마케팅 전략차원에서 주는 돈이라는 것.삼성전자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SK텔레콤에만 연간 875억원을 지급해야 하고 그만큼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요구처럼 모든 제품에 일괄 지급할 수는 없고,일부 전략제품에 대해 매달 다르게 지급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단말기로 돈을 버는 쪽은 사용료 등을 거두는 이통사인 만큼 비용도 이통사가 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없애고 그 대신 합법보조금의 일부를 제조사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선중 SK텔레콤 판매기획팀장은 "이통사 약관에 정해진 보조금 이외에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으로 불법보조금이 쓰일 경우 시장 혼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제조사도 보조금 지급에 따른 기기변경 수요 증가의 혜택을 받게 되므로 보조금을 일괄적으로 분담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고 그러면 제조사들이 재미를 보는 것 아니냐는 것.


◆휴대폰 유통 주도권 다툼


이 같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간의 갈등은 휴대폰 유통망 주도권 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은 대부분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대리점과 판매점에 뿌려 판매한다.


연간 1400만대에 달하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유통망 중 80%를 이통사가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20%만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빅3의 자체 유통망이다.


이들은 이통사 본사를 거치지 않고 대리점에 단말기를 직접 공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7일부터 삼성전자가 대리점에 직접 공급한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유통망 파워게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어느 제조사에서 만든 휴대폰이든 이통사 대리점에서 칩을 사 끼워서 쓸 수 있는 '심(SIM)'카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