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만 하다보니 창업박사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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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기 쉬워보이는 사업 아이템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성공 창업의 지름길은 남들이 미처 손대지 못한 블루오션을 찾는 것뿐입니다."
울산시 남구 달동에서 창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사업을 하고 있는 박혁 현대직거래 사장(42).전국 200여개 관련 제조업체로부터 사무용가구 주방용품 등 100여 종류의 창업용품을 공급받아 기업 식당 등 '개업'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연 매출 규모는 4억원.
박 사장은 시중 창업용품에 비해 최고 20% 정도 싼 가격경쟁력을 갖춘 데다 개업 회사의 홍보물 제작에서 실내 인테리어,사무실 전기배선,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울산 최대 개업전문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 5년여 동안 600여건의 자영업 창업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체득한 노하우 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중소기업 창업 컨설팅 전문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때 준비가 덜됐다고 판단되면 "확실한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릴 정도로 창업에 대해 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 사장 자신이 치밀한 준비없이 창업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여러차례 경험한 뼈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초 7년차 평범한 회사원(현대자동차서비스센터)이던 그는 "술장사를 하면 지금 받는 월급보다 세 배는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
퇴직금과 은행담보대출 등 전 재산 1억2000만원을 털어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인근에서 단란주점 영업을 시작했다.
"단란주점이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어요. 문만 열어 놓으면 돈벌이가 될 것 같았는데…."
6개월만 하면 투자비를 모두 건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그는 노래방 기기 수리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다 단골손님들의 외상값 누적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급기야 당시에 금지됐던 심야영업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1년도 채 안돼 문을 닫아야 했다.
투자비를 몽땅 날린 데다 2000여만원의 빚까지 졌다.
이때 그는 가장 쉬워보이는 사업이 가장 위험하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첫 사업에 실패한 그는 사실상 먹고살기 위해 보험영업,비데 판매,신용카드 영업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우연히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아이디어 상품전'을 찾게 됐다.
그는 여기서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히트 상품만을 골라 팔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로부터 2000여만원을 간신히 빌려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디어 상품은 초반 인기도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금방 식어버려 재고가 쌓이는 데다 당시 외환위기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는 자금난에 빠졌다.
벼랑 끝에 선 박씨에게 외환위기가 뜻하지 않게 구세주가 되었다.
당시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사오정'실업자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식당,주점 등 소자본 창업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창고에 쌓여있던 사무용품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이전에 거래했던 중소기업들이 외상으로 물품을 공급해줬고 이를 개업 업체들에 원스톱으로 공급함으로써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는 "예비창업자들에겐 시간이 돈인데 개업을 앞두고 2~3일간을 개업 물품 구매를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것을 보고 아예 개업전문백화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울산에서 40여평 정도의 부동산 사무소를 개업할 경우 이 같은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무용품 조달 비용 가운데 최소 200만~3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개업전문백화점을 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이용,연 평균 5000여만원 이상의 부대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폐점 위기에 있는 삼계탕집을 인수해 대나무밥 전문점으로 업태를 변경,월 평균 300만~400만원의 순수익을 거두고 있는가 하면,올해 초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호프집을 리모델링한 후 1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되파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업태 리모델링을 통한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주변 환경에 맞추면 됩니다.
예를 들어 주변이 숯불고기 전문거리인데 치킨점을 운영한다든가,10대 청소년이 많이 찾는 길목에 40,50대를 겨냥한 실비집을 경영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업태를 바꿔보세요. 손님이 몰려들 것입니다."
박 사장은 전국을 네트워크로 하는 개업전문백화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창업과 관련한 노하우를 체계화해 진짜 '창업박사'가 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지금도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을 한다.
"사업이 잘 될 때 초심으로 돌아가야 망하지 않습니다."
(052)227-8131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