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의 머리 속에 현대·기아차그룹은 '남성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철강 기계 건설 등 다루는 산업이 하나같이 중후장대한데 따른 것이다. 기업문화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남성적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대·기아차그룹에도 감성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값싸고 고장 없이 잘 달린다'는 기본 용도에 충실하면 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얼마나 잘 굴러가는가'에서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라 현대차는 마케팅으로 총칭되는 광고 상품개발 고객관리 등을 통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현대차 광고들은 자동차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다. 아우토반을 고속으로 달리고,미사일을 피해 급회전하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 광고의 초점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져 있다. 투싼은 '유혹의 수단'으로,쏘나타는 기념일에 반지를 끼워주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랜저는 품격있는 삶의 괘적을 보여주는 증거물이 된다. 모두 타깃 고객의 연령대와 취향에 걸맞은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기아차는 로체 광고를 '반응'을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아예 영화형식으로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감성경영은 제품을 개발할 때도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뉴 아반떼XD 님프'와 '쏘나타 엘레강스 스페셜'등 여성 전용모델을 개발한 게 대표적인 예다. 내부를 밝은 색상으로 꾸민 이들 모델은 발수코팅 글라스와 조수석 에어백 등 운전에 미숙한 여성을 위해 안전사양이 강화된 게 특징이다. 현대차의 감성 경영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선보인 여성전용 인터넷사이트(www.woman-hyundai.com)가 대표적인 예.우먼현대는 운전이 필수가 된 여성고객에게 드라이브 관련 프리미엄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대학생 등 젊은 고객들을 위한 사이트(www.young-hyundai.com)도 개설,이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들어주는 장을 마련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가정 내 구매 결정권이 높아진 데 따라 여성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여성고객은 제품 자체보다 제품이 갖는 이미지에 더 신경쓴다는 점을 감안해 감성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감성경영으로 직원 사기 올린다 현대차의 감성경영은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내부 고객인 직원의 감성이 만족돼야 고객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족 사랑 휴가'가 대표적인 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이 휴가제도는 상반기 5일,하반기 5일 등 모두 10일이나 된다. 국내 기업에선 드문 '가족 사랑 휴가'는 현대차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원만한 가정생활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직원 본인과 배우자,자녀의 생일은 물론 결혼기념일과 입사기념일에 축하메일을 보내는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당수 임직원들이 '모르고 지나갈 뻔한 결혼기념일을 메일 덕분에 알게 됐다'며 고마워한다"며 "특히 '회사에서 기념일까지 챙겨준다'는 작은 배려가 직원들의 애사심을 한층 북돋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