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교육인적자원부가 28일 실업계 고교 대입 특별전형 비율을 입학정원 외 3%에서 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한데 대해 대학들은 "학력 수준을 무시한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교원단체와 일부 실업계 고교들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이른바 `전시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실제 선발은 대학들에 달려있기 때문에 실업고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넓혀놓은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대학 "학업능력 여부가 중요" =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실업계 학생들에게 대입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큰 틀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방향이기 때문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대학이란 곳이 무조건 들어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단순히 입학 정원을 몇 퍼센트로 정해놓고 학업 이수능력을 갖췄는지와는 무관하게 머릿수를 채우는 데만 초점을 맞춰 학생을 받아들인다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대학이 진학을 원하는 실업계 학생들에게 문을 닫아 놓는 것 또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실업계 학생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 이들에 대한 학력기준을 현재보다 더 낮출 의향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처장은 또 "원칙적으로 실업계 고교의 본래 목적은 4년제 대학 입학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빨리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실업계 학생의 대입 정원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그 취지에 대해 좀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검토를 당부했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도 "일단 3%로 확대한 뒤 일어난 현상을 검토한 뒤에 5%로 더 늘릴지를 논의하겠다"며 "교육에는 교육논리가 있는데 정치논리를 교육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실업계 특별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도 이번 확대방침에 난색을 표했다.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실업계 특별전형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적인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다른 전형도 전면 재조정해야 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한성일 입학처장도 "실업계와 마찬가지로 정원 외인 농어촌 특별전형은 4%이다. 그런데 실업계 전형이 3%에서 5%로 늘어난다면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전형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 전교조, 교총, 실업고 등 "환영, 구체화 해야"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보도자료를 내고 "실업계고 특별 전형을 확대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정원 외 3%인 특별전형이 일부 대학에 의해 거부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현행 제도부터 모든 대학에 도입한 뒤 5% 확대안을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또 "재정투입 없이 생색만 내려는 정책이 특별전형을 확대하는 일이라는 오해를 불식하려면 실업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 상황부터 살피기를 바란다"며 최근 3년간 실업계 고교 지원 예산이 계속 줄어든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한재갑 대변인은 "기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실효성 문제에 있어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서울 동호정보공업고 안대운 교감은 "실업계 고교를 살린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5~6년 정도 시간을 주고 시행을 예고해야지 지금 방식대로 한다면 전시행정이 되지 않겠나"고 우려했다. 안 교감은 "실업계에서 실제로 명문대에 갈 학생이 별로 없어 이런 식으로 보내봤자 적응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며 "먼저 실업고교의 인적자원이 확충된 뒤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성수공고의 이종석 교감은 "선택 폭이 넓어져 학생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실제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실업고가 진학 목적의 학교는 아니지만 계속 교육을 원하는 학생의 욕구를 충족해줄 필요는 있다"며 환영했다. ◇ 교육당국 "대입문호 확대 의미, 강제는 안해" = 교육부는 실업계고 특별전형 확대 여부는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갖고 있는 대학이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업고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폭을 넓혀 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세부적인 사항은 대학이 알아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기본적으로 대학에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며 "다만 국립대인 서울대의 경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업고생 특별전형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동일계 특별전형을 통해 2005년 4년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7천17명으로 정원외 3%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전문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정종택)는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4년제 대학 정원외 특별전형 입학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