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계열사와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굵직한 부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01년 무렵 금융계에선 김재록씨의 수완이 단연 화제였다. 당시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의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방안 용역을 비롯,주요 대우 계열사들의 매각 주간사를 잇따라 수주해 '부실기업 일감은 김재록이 싹쓸이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았다. 실제로 아더앤더슨은 1999년 대우증권의 매각 주간사로 선정된 이후 대우 계열사들은 거의 도맡아 구조조정 컨설팅을 해주었다. 2000년 11월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세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용역을 수행했고,2001년엔 경남기업 매각주간사 등을 맡았다. 대우 외에도 김재록씨의 아더앤더슨은 한신공영 처리 자문(2000년7월),현대석유화학 실사 용역(2001년5월),대한화재·국제화재·리젠트화재 매각 금융자문(2001년8월) 등 주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02년 미국의 엔론 사태로 아더앤더슨은 문을 닫았지만 김씨는 아더앤더슨 출신 인사들을 모아 인베스투스글로벌이란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일감 수주도 대단했다. 설립한 지 1년 만인 2003년 대우상용차와 진로의 매각 주간사를 따냈고,작년 5월엔 현대제철(당시 INI스틸)로 넘어간 삼미특수강의 매각 주간사를 맡았다. 김씨의 이 같은 사업 수주 능력은 그가 경제·금융계 고위층들과 막역한 사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그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계의 전·현직 고위층과 친분을 쌓아 자신의 '비즈니스'에 직간접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과 친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 금융계에선 무시할 수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 진 부총리 시절인 2001년 5월엔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총회에 금융기관장도 아닌 김씨가 이례적으로 참석해 오호수 당시 증권업협회장이나 은행장들과 어울리며 '금융계 마당 발'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