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하려면 CEO도 신약을 잘 아는 사람이…."

영업맨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던 제약업계의 최고경영자(CEO)로 최근 연구개발(R&D) 분야 출신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그동안 독자개발 제품보다는 수입품 판매에 치중하면서 CEO는 영업사원 출신들이 득세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차중근 유한양행 사장과 민경윤 한미약품 사장은 영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신약과 개량신약(슈퍼제네릭) 개발이 기업 성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며 R&D 흐름을 꿰뚫고 있는 연구원 출신들이 잇따라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있다.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이우영 태평양제약 사장,김정우 종근당 사장,김상린 보령제약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LG생명과학 대표로 선임된 김인철 사장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팩티브' 개발의 주역.김 사장은 미국 듀크 메디컬 센터와 글락소 미국 연구소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1993년 LG 입사 후 회사에 선진 신약개발 시스템을 도입,팩티브의 임상개발을 주도했다.

현재는 세계 최초의 서방형 인간성장 호르몬제 'SR-hGH' 개발 등 회사 R&D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원배 사장은 1993년부터 11년간 연구소장을 맡아오다 2004년 CEO로 발탁됐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김 사장은 1974년 동아제약에 연구원으로 발을 들였다.

1991년 국내 최초로 에이즈 진단시약을 개발한 데 이어 1997년 역시 국내 처음으로 C형 간염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발기부전약 자이데나에 대해 2009년께 FDA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우영 사장은 2002년 연구원 출신으로는 제약업계 최초로 CEO 자리에 올랐다.

1978년 태평양제약에 입사해 사장직에 오르기 전까지 22년 동안 연구소에서만 몸을 담았다.

세계 최초의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이자 이 회사 매출 1위 품목인 '케토톱' 개발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올해 회사 최초의 신약인 C형 간염 치료제 'HEPA-C1'을 2009년에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약제학 박사 출신인 김정우 사장은 중앙연구소장과 종합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200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종호 우리기술투자 바이오심사역은 "제약사의 성장 패러다임이 신약개발로 수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원 출신 CEO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