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이나 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 센서나 스위치 커넥터,릴레이스위치 컨트롤러 등에 관한 한 세계 1인자를 자부하는 교토 기업 '옴론'은 불황기에도 종신고용을 유지해온 전통 일본기업들에 비하면 이단자다.


종신고용이 노사화합의 밑거름으로 작용,작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린 대표적 교토 기업이다.


인력 및 사업구조 조정을 거침없이 추진,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 사진 : 교토 인근 아야베시에 있는 옴론의 전자 부품생산 공장. U라인을 채택해 효율을 높인게 특징이다. ]


◆적자나자 곧바로 구조조정


창립자인 다테이시 가주마가 1933년 오사카에서 창업해 1945년 교토로 본사를 옮긴 옴론은 2001년 190억엔 규모의 손실을 냈다.


창사 이후 첫 적자였다.


기술의 옴론으로 명성을 떨쳐 온 터여서 충격이 컸다.


부품 외에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위 메이커였다.


세계 경기사이클이 하향세를 탄 데다 정보기술(IT) 부문 버블 붕괴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은 방만한 경영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하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답은 즉각적이고 종합적인 사업구조조정. 먼저 2002년 7월 조기퇴직우대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잉여인력을 단기간에 정리하는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이다.


10년 이상 근무했으면서 30세 이상 59세 미만이면 누구나 신청토록 했다.


연령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연봉의 2.5배를 명퇴금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전체 직원 5200여명 중 765명이 신청했다.


일본기업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였다. 명퇴금 지출만 해도 109억6000만엔.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직장을 떠난 직원이 1200여명에 달한다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가와모토 야스시 슈퍼바이저는 소개했다.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채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3개 생산 자회사를 폐쇄하고 3개 연구소를 통폐합했다.


물류와 같은 핵심 사업인 센서나 콘트롤과 연관이 없는 비즈니스는 폐쇄하거나 통폐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0여개의 사업은 종업원에 자산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분사시켰다.


ATM사업도 히타치제작소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떼어냈다.


해외생산 및 조달비율을 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밖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영을 통해 고정비와 변동비에서 260억엔을 삭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옴론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2003회계연도에 220억엔,2004회계연도에 245억엔의 흑자를 냈다.


◆인간중시 기업이념으로 구조조정 난관 돌파


교토시 시모교쿠에 있는 옴론 본사에 들어서면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직장'(At work for better life)이라는 모토가 정면에 보인다.


2002년 피를 철철 흘린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관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찍이 1970년대 초반에 교토와 규슈에 장애인 재활공장을 세운 것도 인간중시 철학에서 나왔다. 단순 기부보다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줌으로써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였다. 덕분에 릴레이스위치 타이머 등을 생산하는 장애인 전용 공장은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인간의 편의를 증진하려는 기술 개발에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최첨단 센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운 것도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였다.


이를 통해 화상인식 시스템을 개발했고 지식정보제어기술을 활용해 운전자가 졸면 카메라가 인지해 경고음을 내는 기술을 실용화했다.


센서 기술로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제어장치도 개발 중이다.


노인들이 다가서면 승차권 발매기 글자가 자동적으로 커지고 아이들이 오면 한자를 히라가나로 표현하는 화상센싱 기술도 개발했다.


'기계가 사람에 맞춰주는 시대'를 열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교토=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