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중산층이 높아진 주택 가격을 견디지 못해 떠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최근 들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중산층 가족이 급속히 줄고 있다"며 "서부 쪽의 주요 대도시는 물론이고 동부의 뉴욕이나 보스턴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비싼 주택 가격 때문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중간 가격이 78만달러(약 7억5000만원)에 육박하면서 도심에 직장을 갖고 있는 중산층들도 대부분 도시 밖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교사 등의 절반 이상은 도시 외곽에서 살고 있다. 특히 흑인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심화돼 더 이상 도심에서 흑인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아이들(15세 미만)의 숫자는 2000년에 1990년보다 45% 감소한 데 이어 2004년엔 2000년보다도 15% 더 줄었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청은 최근 평균 1000여명의 학생이 줄어든 14개 학교를 폐쇄하거나 다른 학교에 합병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개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아이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미래가 없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높아진 주택 가격으로 인한 도시 탈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시애틀에서부터 샌디에이고까지 주요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로스앤젤레스의 흑인·히스패닉계 거주 지역의 경우 지난해 주택 가격이 무려 50% 가까이 뛰어올라 수천여 가족들이 떠나갔다. 2004년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아이들 숫자는 2000년에 비해 8% 줄었고,백인 아이들도 4%가량 감소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