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전은 4강에서 멈췄지만 미국과 일본, 중남미로 대표돼 온 야구 강국 지형도에서 중심부로 새롭게 진입하는 개가를 올렸다. 프로리그를 운영한 지 벌써 25년째를 맞았으나 미국, 일본의 그림자에 가려 변방에 밀려있던 한국은 제1회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기량이 한 단계 진화했고 이제 일본과 함께 아시아 야구의 자웅을 다툴 라이벌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또 탄탄한 조직력, 허슬플레이를 아끼지 않는 투혼을 앞세워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매서운 맛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흩어져 있던 박찬호(샌디에이고),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서재응, 최희섭(이상 LA 다저스)과 일본프로야구 이승엽(요미우리) 등 해외파가 모두 자진해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나섰다. 국내파 토종 스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대표팀에 합류, 한국 야구 사상 최강의 드림팀이 탄생했다. 주포 김동주(두산)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 전반적인 타선 침체로 이어졌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승엽은 4게임 연속 홈런 등 5홈런을 쏘아올리며 군계일학으로 활약했다. '해외파 선발-해외파. 국내파 혼합 계투' 공식으로 본선에 오른 팀 가운데 유일하게 6전 전승 행진을 이끌었던 마운드는 대적하는 상대팀으로부터 '철벽'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당초 대만을 누르고 일본에 이은 A조 2위로 8강이 겨루는 본선 진출을 당면 목표로 삼았던 한국은 '도쿄대첩'을 통해 3전 전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도 멕시코를 2-1로 꺾은 데 이어 '야구 종가' 미국을 7-3으로 격파, 파란을 일으켰다. 또 숙적 일본에 다시 한 번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보다 50년 가까이 앞서 있다는 일본의 자존심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일본과 연속된 1점차 짜릿한 승리는 국민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줬고 이는 지난 2004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에 못지 않은 전 국민적인 열풍을 불러왔다. 그러나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우승을 미리부터 염두에 둔 WBC조직위원회의 불합리한 대진 탓에 한국은 이미 두 차례나 꺾은 일본과 세번째 맞닥뜨리는 짜증나는 상황을 맞이했고 결국 단 한 번의 패배로 결승 문턱에서 내려서야 하는 아픔을 맛봤다. 프로리그에서도 한 팀에게 3연승을 거두기는 힘든 법이다. 한국은 WBC에서 우리보다 전력층이 훨씬 두텁다는 일본에 비록 한 경기는 내줬으나 연승을 거두며 적어도 단기전에서는 일본, 미국과도 '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