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7) 서울 신천역…현장르포/잠실 재건축공사로 매출'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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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3시 잠실종합운동장 인근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먹고 마시는 전형적인 유흥상권인 이 상권 중심부에 천주교 잠실교회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이채롭다. 분식집 주인 김은숙씨(52·서울 강동구 천호동)는 "여기는 10대,20대가 주름잡는 지역"이라면서 "지방에서 롯데월드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도 여기 와서 술마시고 자고 간다"고 전했다.
가게를 내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은 진흥식씨(50·서울 송파구 잠실본동)는 "실평수 10평 기준으로 대로변과 이면골목 사이에 권리금이 1억~2억원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면서 "권리금 외에도 임대료가 너무 높아 창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대 공인중개사는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재건축이 완료되면 상권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권리금이 더 오를 것이므로 웬만하면 지금 점포를 잡으라"고 권했다.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 신천역 4번 출구 옆에는 20대 젊은이들이 5~6명씩 무리를 지어 친구들을 기다린다. 150m 남짓 떨어진 맥도날드 매장까지 대로변에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판매업소가 줄지어 문을 열고 있다. 다른 '젊은 상권'과 마찬가지로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미샤,바디샵에다 올리브영(드럭스토어)은 기본이다. 액세서리점과 편의점도 빼놓을 수 없다.
판매업소의 긴 줄은 맥도날드 매장에 오면 끝난다. 이곳이 신천역 상권의 입구다.
입구 첫 머리에 자리잡은 K나이트클럽. 30,40대 중년들이 주 고객인 대형 유흥업소다. 입구에 서있던 삐끼(호객꾼)는 "이따 10시 정도가 황금시간대니까 그때 꼭 들르세요"라며 명함을 건넨다.
아직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인 데도 도로변은 삐끼로 보이는 청년들과 아줌마들이 진을 치고 있다. 친구로 보이는 3~4명의 여자들은 앞으로 걸어나가기도 힘겨워 한다. 삐끼 청년들이 바싹 다가붙어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악착같다. 아주머니들도 가세한다. 한 아주머니는 소주방 10% 할인티켓을 쥐어주며 "1만원이면 안주를 푸짐하게 준다"고 강조했다. 삐끼를 내보내는 가게들은 하나같이 골목 안에 자리잡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어둠이 깔리는 오후 7시께 천주교 잠실교회에서 새마을시장 방면으로 가는 길목에는 네일숍과 헤어숍 등 인근 주민 대상의 동네업소들도 눈에 띈다. 이들 업소 사이 사이에 감자탕집이나 부동산,분식집이 들어서 있어 언뜻 보아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권처럼 보인다. 이는 잠실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신천역 상권 침체로 퇴출된 점포가 많기 때문이라고 부동산중개업소에선 설명한다.
사회복지관에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로 향하는 메인 도로. 좁은 길에 차와 손님들이 뒤엉켜 통행조차 쉽지 않다. 도로변에는 포토숍,주얼리전문점,배스킨라빈스,퓨전 주점 등 10,20대를 겨냥한 매장들이 줄지어 서있는 가 하면 30,40대를 겨냥한 고깃집,감자탕,복집 등이 골고루 섞여있다. 메인 도로에서 주택가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유동인구는 뚝 끊어진다.
신천 상인들은 재건축 공사로인해 매출이 뚝 떨어졌지만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2008년이면 상권이 크게 번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바 형태의 주점 '댈러스' 매니저인 문주원씨(26·서울 송파구 잠실본동)는 "1년 반 전에 월 평균 매출이 20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000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현재는 적자를 감수하고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밤 장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밤 8시 한 스시집. 회식을 하는 직장인 7명,홀에는 친구로 보이는 여성손님 3명 등 고객은 10명이 전부. 종업원 양모씨(35)는 "공사로 상권이 죽은 데다 입지도 안좋아 평일은 썰렁하다"며 "사장님은 재건축단지 입주 때까지 버티자고 말씀하시지만 그때까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점포시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학사부동산 이방임 대표(여·53)는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1년 사이에 1억원 이상 빠진 상황이지만 들어오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메인 상권의 경우 1층 15평 매장 기준으로 권리금 2억3000만~3억7000만원,보증금 4000만~1억1000만원,월세 250만~550만원에 형성돼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얘기.
소비자들도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분위기다.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온 최대건씨(24·서울 송파구 가락본동)는 "갈수록 호객행위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김모양(23·서울 동작구 사당동)은 "여자들끼리 오면 삐끼들이 달라붙어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불평했다. 친구들과 가끔 온다는 김희정양(23·서울 강동구 길동)은 "친구들과 술 마시기에는 딱 좋지만 조그만 패션소품이라도 쇼핑하려면 일대를 다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빈약하다"고 평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