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T&G 주주총회는 거물 기업사냥꾼인 아이칸이 활동무대를 한국으로 넓힌 뒤 벌이는 첫 번째 싸움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됐다. 주총 시작 전 양측 법정대리인이 회의진행방식 등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는 등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등 10여명의 외신 기자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사외이사 선임 의안의 상정 과정에선 아이칸 연합 측과 KT&G 경영진을 지지하는 소액주주 간 설전이 있었다. 아이칸 측 법률대리인 송현웅 변호사는 주주제안 설명을 통해 "주력사업인 담배사업을 제외한 비핵심사업을 분리하고 비업무용 부동산 등 자산을 처분해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원주에서 담배소매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소액주주 김수환씨(62)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KT&G 경영진이 그동안 시행한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이익 극대화 정책에 만족한다"며 "일부 주주의 자산매각 요구는 단기적 차익을 챙기고 난 다음 껍데기만 남은 KT&G를 남기고 떠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 선임 의안 상정을 앞두고 아이칸 측 법률대리인이 "4인을 선출하는 투표에서 4인의 후보가 모두 이사회 측 추천 후보이므로 집중투표제가 무의미하다"며 "일반적인 찬반투표로 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아이칸 측 대리인들은 자신들에게 위임장을 건넨 개인 주주 몫의 의결권만을 4인의 후보에게 골고루 나눠 투표하고 아이칸 스틸파트너스 등 기관주주들의 의결권에 대해서는 기권했다. ○…이날 주총장 입구에는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 조합원 20여명이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은 KT&G에 대한 야욕을 버리고 즉시 떠나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주총장에는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일부 KT&G 직원들이 참석해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주주들의 발언에 박수와 함성으로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대전=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