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를 쓰는 사람들을 간단히 아랍인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아랍은 엄청나게 큰 지역이다.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는 레반트 지역,리비아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사우디아라비아 일대 국가들을 포함하는 걸프 지역이 모두 아랍권에 속한다.


예언자 마호메트의 유지를 이어받은 칼리파 군대는 7~8세기 정복 전쟁을 통해 이렇게 방대한 지역을 한 가지 언어와 종교로 통일했다.


이 넓은 아랍에서 음식 문화가 가장 화려한 곳이 레반트,그 중에서도 레바논이다.


레바논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중해와 산맥이 어우러져 먹거리가 풍부하며 지리적으로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하면서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꽃피웠다.


올 들어 처음으로 봄 냄새가 느껴지던 오후 주한 레바논 대사 부인 제이나 람말이 이태원 관저에서 아랍 음식 문화의 꽃이라는 레바논 식탁을 소개했다.


레바논의 상차림은 한정식과 비슷해서 닭고기나 양고기,생선으로 만든 메인 요리와 쌀밥이 주축을 이루고 '메자(mesa)'라고 불리는 반찬을 여러 개 놓는다.


이날 람말 여사는 메인 요리로 생선을 통째로 튀겨 향채 레몬 양파 큐민 후추로 양념한 '사마케 하라',샐러드로는 파슬리 토마토 민트를 섞고 레몬 주스를 뿌린 '타볼리'를 소개하고 고기를 포도 잎으로 싼 마흐쉬와 감자 볶음을 메자로 소개했다.


밥은 잣을 넣어 노랗게 지었다.


레바논을 포함한 아랍 문화권에서는 아침 8시 일과를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일한 후 온 가족이 모여 늦은 점심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레바논의 점심 식탁에선 끼니 때를 놓쳐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식탐을 부려선 안 된다.


전채로 나오는 메자의 경우 종류가 100가지가 넘을 만큼 다양하고 정성과 맛이 뛰어나 처음부터 가속도를 내면 배가 불러 메인 요리에는 손도 못 대는 경우가 생긴다.


아랍에서 레바논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지금은 쇠락한 팔레스타인이다.


이 레반트 지역이 공유하는 대표 요리로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잡는 '만삽'이 있다.


밥 위에 양고기를 토막 내 삶아 얹는 것은 북아프리카의 쿠스쿠스와 비슷하지만 쿠스쿠스와 달리 밀 대신 쌀을 기본으로 하고 양젖으로 만든 요거트를 붓는다.


만삽을 내놓을 땐 거대한 쟁반 위에 음식을 담고 엽기적이긴 하지만 양 머리까지 통째로 얹는다.


레반트 지역에서 만삽을 대접받았다면 최고 대우를 받은 것이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은 무슬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다른 아랍 나라들과 달리 종교가 교차한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도 가깝다.


람말 여사는 "레바논은 7000년 동안 다양한 문화,여러 종교,인종,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모여 살았고 지금도 무슬림 가톨릭 유대교와 그 분파 등 17가지 종교가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또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모스크에 갔지만 옆집 사람들은 교회에 다녔고 한 동네에 유대교인도 많았다"고 했다.


레반트 지역 사람들은 문명의 교차로에 있었기 때문에 아랍에서 가장 열린 사고를 가졌으며 문화와 예술을 중시하고 정치적으로는 대부분 무던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이스라엘이 건국된 후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특히 레바논인은 친척과 다름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난민이 되자 수도 베이루트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본부를 받아들였다가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수차례 받았다.


레바논 사람들과 식사할 땐 함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화제를 꺼내선 안 된다.


그랬다간 밥 먹는 내내 식탁 한가운데서 정치 수프가 팔팔 끓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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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케 하라(Samake harra·레바논 생선 튀김)만들기


◆재료=큰 생선(메로가 최적)한마리,저민 마늘(통마늘 2개 분량),다진 향채,다진 양파 반컵,식초 1작은술,말린 향채 약간,레드 페퍼 약간,큐민 가루 약간,레몬 주스 3/4컵,소금 약간,볶은 잣 반컵


◆만들기=①팬에 기름 한 컵을 붓고 중불에서 생선 양면이 노릇해지도록 튀긴다.


불을 줄여 부드러워질 때까지 튀긴다 ②등뼈를 발라내고 접시에 담는다 ③양파,마늘,말린 향채,큐민,후추,소금을 함께 볶다가 레몬 주스,식초,물 약간을 추가하고 마지막에 다진 향채를 넣어 양파 소스를 만든다.


④생선에 소스를 끼얹고 잣을 뿌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