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6) 서울 천호역‥현장르포/지갑 얇은 1020이 주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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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 천호동 로데오거리. 평일 낮인데도 중·고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고 있었다. 학생을 비롯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가게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스니커즈 신발점인 '애쓰리츠풋' 김형남 점장은 "매출이 명동이나 강남의 3분의 1 정도"라며 "10대 후반 학생들이 고객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데오거리란 원래 아울렛처럼 이월 의류를 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여기는 옷가게보다 화장품이나 신발가게가 더 많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 로데오거리에 있는 가게 중 의류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집합상가인 '나비패션몰'을 제외하고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의류점 중에서도 유명 브랜드로 칠 수 있는 것은 리바이스 컨버스 등 손으로 꼽을 정도. 취급 상품 대부분이 청소년층 타깃이다 보니 가격도 중저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김 점장은 "여기에는 유흥시설이 많고 유명 브랜드 로드숍이 별로 없기 때문에 로데오거리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오후 6시. 거리는 낮보다 사람들로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30대 이후 연령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게에서 트는 음악소리와 함께 호객꾼들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강진수 리바이스 대리점 사장은 "고객 중 10,20대가 50%를 차지하며 매출은 명동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유동인구 수 차이와 구매 인구 연령층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같은 연령을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다른 상권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서 구매력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가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프리미엄급을 지향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노래방 체인점 중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수 노래방'은 먹자골목 안에서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점주 김동석씨는 "천호동쪽 손님들이 접해보지 못한 프리미엄급 노래방을 내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오픈했을 땐 하루에 10만원 정도밖에 매출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초기 매출의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뉴타운 건설이 상권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복점 런던모드를 운영하는 김종경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60% 수준"라며 "천호동뉴타운이 조성돼 거리가 깨끗해지면 아무래도 손님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m 남짓한 로데오거리를 지나 한눈에도 낡아 보이는 천호시장쪽으로 건너가 봤다. '청소년보행금지구역'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집창촌에 들어가니 손님 없는 가게 안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가게 주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때 200개가 넘었던 윤락업소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기점으로 40여개로 줄어들었다. 이곳은 뉴타운 개발 구역에 들어가 그나마 남아있던 집창촌도 조만간 철거될 운명이다.
천호시장과 구사거리 인근 상가지역은 로데오거리보다 훨씬 한산했다. 취급하는 상품도 40,50대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이 대부분. 구사거리 농협 맞은편의 '우주표 가방' 주인 정인혜씨는 "여기는 장사가 너무 안 돼 상권 상황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은 임대료도 못 건지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천호시장 안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장수옥씨는 "뉴타운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그 기간에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오후 7시께 이마트 뒤쪽에 사각형으로 자리잡은 먹자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로데오거리와 구사거리에 비해 사람이 훨씬 많은 편이었다. 호프집 등 젊은층이 찾는 가게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으나 해물탕집이나 아귀찜 식당처럼 중장년층이 찾는 곳은 손님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김정호씨는 "로데오거리 조성을 위해 버스 노선이 끊기면서 중장년층 발걸음이 뜸해졌다"며 "젊은층만 먹자골목을 찾다 보니 우리 같은 가게는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푸념했다.
봉추찜닭집을 운영하는 이희정씨는 "장사가 안 돼도 로데오거리에 있는 가게보다는 낫다"고 자위했다. 봉추찜닭 본사 관리담당 손성배씨는 "강남역쪽 가게에서는 한달에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매출이 나오는데 천호점은 그곳 매출의 60~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먹자골목을 찾은 회사원 정원철씨(29)는 "천호동은 주로 먹을 데를 찾아서 온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광현씨(27)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술 한 잔 하러 오고 쇼핑은 현대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며 "로데오거리에는 '고딩'들이 많아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서울 길동에 산다는 김성근씨(25)는 "로데오거리의 경우 옷가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올 때마다 느낀다"고 말했다. 먹자골목을 찾는 소비자 중에는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김경은씨(20)는 "먹자골목이 있다고 해도 술집만 많지,정작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강남쪽에 많은 캘리포니아 롤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여기선 찾아볼 수 없다"고 털어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로데오거리란 원래 아울렛처럼 이월 의류를 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여기는 옷가게보다 화장품이나 신발가게가 더 많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 로데오거리에 있는 가게 중 의류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집합상가인 '나비패션몰'을 제외하고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의류점 중에서도 유명 브랜드로 칠 수 있는 것은 리바이스 컨버스 등 손으로 꼽을 정도. 취급 상품 대부분이 청소년층 타깃이다 보니 가격도 중저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김 점장은 "여기에는 유흥시설이 많고 유명 브랜드 로드숍이 별로 없기 때문에 로데오거리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오후 6시. 거리는 낮보다 사람들로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30대 이후 연령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게에서 트는 음악소리와 함께 호객꾼들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강진수 리바이스 대리점 사장은 "고객 중 10,20대가 50%를 차지하며 매출은 명동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유동인구 수 차이와 구매 인구 연령층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같은 연령을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다른 상권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서 구매력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가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프리미엄급을 지향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노래방 체인점 중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수 노래방'은 먹자골목 안에서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점주 김동석씨는 "천호동쪽 손님들이 접해보지 못한 프리미엄급 노래방을 내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오픈했을 땐 하루에 10만원 정도밖에 매출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초기 매출의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뉴타운 건설이 상권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복점 런던모드를 운영하는 김종경씨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60% 수준"라며 "천호동뉴타운이 조성돼 거리가 깨끗해지면 아무래도 손님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m 남짓한 로데오거리를 지나 한눈에도 낡아 보이는 천호시장쪽으로 건너가 봤다. '청소년보행금지구역'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집창촌에 들어가니 손님 없는 가게 안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가게 주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때 200개가 넘었던 윤락업소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기점으로 40여개로 줄어들었다. 이곳은 뉴타운 개발 구역에 들어가 그나마 남아있던 집창촌도 조만간 철거될 운명이다.
천호시장과 구사거리 인근 상가지역은 로데오거리보다 훨씬 한산했다. 취급하는 상품도 40,50대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이 대부분. 구사거리 농협 맞은편의 '우주표 가방' 주인 정인혜씨는 "여기는 장사가 너무 안 돼 상권 상황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은 임대료도 못 건지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천호시장 안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장수옥씨는 "뉴타운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그 기간에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오후 7시께 이마트 뒤쪽에 사각형으로 자리잡은 먹자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로데오거리와 구사거리에 비해 사람이 훨씬 많은 편이었다. 호프집 등 젊은층이 찾는 가게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으나 해물탕집이나 아귀찜 식당처럼 중장년층이 찾는 곳은 손님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김정호씨는 "로데오거리 조성을 위해 버스 노선이 끊기면서 중장년층 발걸음이 뜸해졌다"며 "젊은층만 먹자골목을 찾다 보니 우리 같은 가게는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푸념했다.
봉추찜닭집을 운영하는 이희정씨는 "장사가 안 돼도 로데오거리에 있는 가게보다는 낫다"고 자위했다. 봉추찜닭 본사 관리담당 손성배씨는 "강남역쪽 가게에서는 한달에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매출이 나오는데 천호점은 그곳 매출의 60~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먹자골목을 찾은 회사원 정원철씨(29)는 "천호동은 주로 먹을 데를 찾아서 온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광현씨(27)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술 한 잔 하러 오고 쇼핑은 현대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며 "로데오거리에는 '고딩'들이 많아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서울 길동에 산다는 김성근씨(25)는 "로데오거리의 경우 옷가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올 때마다 느낀다"고 말했다. 먹자골목을 찾는 소비자 중에는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김경은씨(20)는 "먹자골목이 있다고 해도 술집만 많지,정작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강남쪽에 많은 캘리포니아 롤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여기선 찾아볼 수 없다"고 털어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