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포럼에서는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와 일부 토론자들 사이에 이공계 전공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놓고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김 부총리는 주제 발표를 하면서 "이공계 대학생들이 사법고시에 도전하는 등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부에서는 화학 역사 등의 전공자들"이라며 "과학고 졸업생을 포함한 이과 출신 고교생들이 굳이 이공계 대학에 모두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들 학생이 과학에 대한 소양과 함께 법률적 지식을 갖춘다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다"며 "(이과 출신들이 이공계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의 방향을 바꿀 때"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에 맞서 "과학고 출신들이 이공계에 진학,이공계를 살리는 게 우선돼야 할 과제"라며 "이공계가 빈사 상태인데 로스쿨만 살리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대 대학원에 영어 원서로 강의하기 어려운 학생이 들어와 힘들다는 한 교수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며 "왜 입학을 허가했는지 되물었더니 연구실을 채워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