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이해찬 총리의 사의를 수용함에 따라 후임 총리 인선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후임 문제와 관련해 유력하게 거론되거나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총리에게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맡기고 대통령 자신은 양극화 해소 등 미래 과제에 전념하는 현재의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혁규,한명숙 의원. 하지만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반발에 따른 정국 경색이 부담스럽고,한 의원은 여성이란 장점에도 불구,관료 사회를 장악해서 끌고갈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주목하는 시각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을 거치면서 정책적 역량과 리더십을 쌓은 데다 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출신이면서도 영남에서의 거부감이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여권 핵심부에서 사람을 찾되 정치색이 엷은 정책통을 기용한다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여당과의 가교 역할을 해온 데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핵심과제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 대통령이 이 총리 파문을 계기로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을 바꿔 '직할체제'로 내각에 대한 장악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비정치인'이 등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어도 선거 중립내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과도 맥이 닿는다. 그럴 경우 전윤철 감사원장과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검증된 관료 출신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호남 출신으로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 원장은 중량감과 추진력에서,박 전 실장은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기획력과 장악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반면 정치색이 완전 배제된 순수 관리형으로 간다면 현 대한적십자사 총재인 한완상 전 부총리처럼 무색무취하면서도 개혁성향을 띤 인사가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