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벌판에 부는 진혼곡… 김호석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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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 인물화의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화가 김호석(49)씨가 유라시아 벌판으로 그림 여행을 다녀와서 그린 작품으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 화랑에서 15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되는 '문명에 활을 겨누다'전이다.
그는 내몽골을 비롯해 티베트,알타이 지역을 8년간 48차례나 떠돌면서 그림을 그렸다. 총 1000여일의 긴 여정에서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또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곳'을 배경으로 세상살이에 대한 깊은 관조를 담은 작품들이 탄생했다.
광야에서 먹이를 찾다가 머리를 땅에 박고 죽은 소,대지를 벗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몽골인,양떼를 안고 미소 짓고 있는 천진한 어린이들,바람에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몸통만 남은 소 아래 피어있는 패랭이꽃 등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인물의 얼굴과 손발은 한지 뒤쪽에 자연 염료로 수십번 덧칠해 살구빛 피부색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도록 만든 배채(背彩) 기법을 사용했다.
이번 작품에선 1979년의 아파트 그림이나 1980년대 거리의 인물을 그릴 때보다 필선을 아꼈다. 대신 넓은 붓을 사용하고 먹의 번짐을 활용해 망망한 지평선과 변화무쌍한 자연을 속도감 있게 표현해냈다.
김씨는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간 여행길에서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문명이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그곳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시에 맞춰 같은 제목의 그림 에세이집(120쪽,2만2000원,문학동네)도 출간됐다.
(02)733-58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