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투자펀드의 공격 목표가 되는 업체의 공통점은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는 이들의 공격목표가 될 만한 '제2의 KT&G'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임석정 JP모건 한국 대표는 14일 최근 칼 아이칸 측의 KT&G 경영권 위협과 관련,"지분구조가 분산돼 있고 외국인 지분이 높다는 것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칼 아이칸처럼 주주행동주의 펀드나 헤지펀드의 공략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기업 △배당성향이 낮고 현금보유액이 과다한 기업 △부채비율이 동종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기업 △자회사 가치의 합이 시가총액보다 높거나 유휴자산이 많은 기업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기업전망이 양호한 기업 등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엔 외국계 자본이 한국의 부실기업을 싼값에 사서 고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 같은 기회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찾으려는 새로운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칼 아이칸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활발한 주주행동주의 투자자 중 하나"라며 "KT&G건을 계기로 유사한 성격의 외국자본이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경영권 방어수단과 관련,통신 항만 에너지 전력 등 기간산업의 경우 정부차원의 적대적 M&A 방어 대책이 필요하지만 일반기업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사냥꾼의 공격대상이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시장의 법체계가 잘 정비돼 있고 기업의 회계투명성이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저평가돼 있다면 이유가 뭔지 지속적으로 자기진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12년째 JP모건증권에서 근무하는 기업금융(IB) 분야 전문가로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호남석유화학과 LG화학의 현대석유화학 인수,금호타이어 해외 동시 상장,KT 민영화 등 굵직한 건을 성사시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