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산업체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전문 이공계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정보통신 고분자화학 등 특정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시도되고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이미 기업체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도 관련 전문 대학원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산업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KAIST가 산학 연대 교육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KAIST의 맞춤형 교육은 1995년 시작된 '반도체공학 프로그램(KEPSI)'으로부터 비롯된다. 95년부터 하이닉스반도체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분야 인력을 키우기 위해 개설된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자 생산 현장에 필요한 실무 교육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기업과 대학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이후 10년 동안 이 프로그램은 석사 90명,박사 31명 등 모두 121명의 반도체 분야 전문 산업계 인력을 키워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지난해 다시 연장 계약을 통해 석사 10명,박사 2명 등 한 해 12명씩 5년간 모두 60명의 산업 현장 인력을 키우도록 했다. KAIST는 97년에는 데이콤 하나로 KTF 등 정보통신 업체와 정보통신 분야 인력을 배출하는 CTEP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KAIST가 본격적으로 맞춤형 교육에 나선 것은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부임한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자동차기술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자동차기술대학원을 세웠으며 삼성전자에서 지원해 '삼성반도체 교육프로그램(EPSS)' 또한 개설했다. LG화학과 제일모직의 고분자정보 전자소재 분야 프로그램 또한 개설됐다. 특히 고분자정보 전자소재 프로그램은 기업 연구원이 겸임 교수로 공동 지도하는 등 기업체 연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이 과정은 사내 우수 인력의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됨으로써 사내 인력들의 연구 수준 향상을 위한 학술연수 기회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정부도 특수분야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원을 KAIST에 설립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문화기술(CT)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문화기술대학원을 세운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재정경제부가 금융공학 전문 인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금융전문대학원을 세웠으며 정보통신부도 미디어정책 및 경영 인력을 위한 미디어경영대학원을 각각 설립했다. 이처럼 KAIST가 맞춤형 인력을 키우는 요람으로 발전하는 데 대해 KAIST 관계자는 "맞춤형 교육제도는 이공계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공계 인재 양성의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학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우수한 연구 인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제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