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지난 9일 개막한 정보통신 전시회 '세빗 2006'은 세계 각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술 경연장이다.


전시회에 참가한 6200여개 업체들은 저마다 신기술·신제품을 내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TV폰(TV를 시청할 수 있는 휴대폰)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로 구성된 한국 진영과 노키아 지멘스 등으로 구성된 유럽 진영은 각기 지상파DMB폰과 DVB-H폰을 내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형 지상파 DMB냐,유럽형 DVB-H냐.' '세빗 2006'은 모바일TV 폰 주도권을 놓고 한국 진영과 유럽 진영이 싸우는 격전장이다.


전시회 사무국이 발행하는 소식지 '세빗 메세 자이퉁'은 '작은 화면 큰 감동,DVB-H와 DMB'란 제목으로 두 진영의 대결을 보도했다.


지상파 DMB와 DVB-H를 모두 기술 표준으로 채택한 독일의 경우 오는 6월 월드컵 기간에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메클렌부르크 니더작센 브레멘 함부르크 등 5개 주에서는 DVB-H로,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2개 주에서는 지상파 DMB로 월드컵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는 시험 방송을 할 예정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5 대 2로 유럽의 DVB-H가 우세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로 구성된 한국 진영은 지상파 DMB의 장점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이미 상용화됐고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사는 지상파DMB 폰을 눈에 띄는 자리에 전시했고 삼성과 LG는 시연까지 하고 있다.


삼성은 지상파 DMB와 DVB-H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듀얼 DMB폰'과 지상파 DMB폰 유럽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LG전자도 국내에서 판매하는 각종 DMB폰과 함께 지상파 DMB폰 유럽 모델을 전시했고 팬택계열은 지상파DMB폰 'PT-S160'을 내놓았다.


유럽 진영은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를 비롯 유럽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영국 보다폰,독일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T모바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면면을 보기만 해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유럽 언론은 유럽 기술인 DVB-H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노키아는 이번 전시회에 접이식 계산기처럼 생긴 DVB-H폰 'U-92'를 내놓았다.


한국의 지상파 DMB폰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독일 지멘스는 가로로 바닥에 고정시킬 수 있는 DVB-H폰을 공개했다.


삼성과 LG도 상대 진영의 휴대폰인 DVB-H폰을 1개 모델씩 내놓았다.


모바일TV폰 경쟁은 6월 독일 월드컵 때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드컵 시범 방송에서 어느 기술이 더 나은지 판가름 날 것"이라며 "온 국민의 관심이 16강 진출에 쏠려 있는 동안 모바일TV폰 기술 싸움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모바일TV 기술표준으로는 한국형 DMB와 유럽형 DVB-H 외에도 미국 퀄컴이 주도하는 미디어플로가 있다.


그러나 전시회가 유럽에서 열리는 탓인지 세빗에는 미디어플로폰은 출품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DMB폰과 DVB-H폰은 물론 미디어플로폰까지 개발,세계 어느 시장이든 공략할 수 있는 채비를 끝냈다.


하노버(독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