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총리가 중앙은행 총재에게 패했다.' 9일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 해제 결정이 나오면서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금융정책 회의에 앞서 국회 답변 등 공식 석상을 통해 3월 중 양적 완화 정책 해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리의 강한 의지가 전해지면서 9일 오전까지 일본 금융시장에선 양적 완화정책의 해제가 4월로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6일 국회 답변에서 "양적 완화 정책 해제 후 실패해 정책을 원위치로 돌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일본경제가 디플레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보기에도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0년 8월 제로금리를 해제했다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양적 완화 정책까지 도입한 사례를 들어 "일본은행은 정책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평소 금융정책에 대해 공개적 입장을 삼가온 후쿠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정책 변경 방침에 대한 소신을 거듭 밝혔다. 물가가 오르고 있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해제 조건이 무르익었다는 주장을 폈다. 또 최종 결정은 금융정책회의 위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양적 완화 정책은 9일 회의에서 7 대 1 다수결로 해제됐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